지난 18일 국적 뛰어넘은 13개 팀 참가
공연장 관객들이 점수 매겨가며 열광
"다음엔 트로트 경연 … 참 재밌겠죠"


"왜 지구인들은 비틀즈를 좋아할까? 왜 세월이 흘러도 비틀즈는 촌스럽지 않은 거지?"
 
지난 18일 내동 '재미난쌀롱'에서 '비틀즈 콘테스트'가 열렸다. 행사 시작 1시간을 앞둔 7시 30분께, 콘테스트에 참가할 13개 팀과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객, 우연히 들렀다 자리를 잡고 앉은 손님들로 잼싸(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재미난쌀롱보다 '잼싸'라는 이름을 선호한다) 안은 이미 만원이었다.
 
"비틀즈 콘테스트를 열게 된 계기는 뭔가?" 잼싸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4명에게 물었다. '쌀롱 언니(김혜련)', '하라(김충도)', '광석이(류하식)', '노을(김판수)', 이 4명에게서 돌아올 대답을 대충 짐작하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심심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일제히 까르르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 지난 여름, 이들은 잼싸의 문을 열었을 때도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김해뉴스 6월 12일자 '10면' 보도)
 
"4명이 앉으면 '뭐, 좀 재미있는 거 없나', '더 재미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 해요. 어느날 비틀즈가 화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죠. 비틀즈는 전세계 사람들이 좋아한다, 몇 십 년이 흘러도 비틀즈의 인기는 식울 줄 모른다, 왜 그럴까 등등. 그러다 비틀즈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테스트를 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 그런데 생각보다 참여 팀이 많아서, 참여하는 분들께 관객은 지인 2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한계선까지 그었어요." 쌀롱언니가 말했다.
 

 

 

▲콘테스트 시작 전에 '재미난쌀롱'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
행사를 앞두고 콘테스트 참가 팀들이 차례로 리허설 중인 틈을 타, 기자는 참가 팀들을 재빨리 인터뷰했다. 콘테스트가 시작되면 기자도 취재수첩을 접고 콘테스트를 즐기고 싶어서였다.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미국 테네시주에서 온 숀. 내동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로, 김해에 온 지 5년째이다. 숀은 "굿 아이디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친구가 이 콘테스트를 알려줘서 참가할 마음을 먹었다. 비틀즈를 너무나 좋아한다. 김해에서 이런 멋진 행사가 열리다니, 근사하다. 1주일 정도 밤낮으로 죽어라 연습했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 떨리지만, 그냥, 이 시간을 즐길 생각이다." 숀은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 공간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고등학생들도 참가했다. 팀명 '혜윰'은 분성고 허재혁·이강원, 김해건설고 김형석, 김해한일여고 하유정 양으로 구성됐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할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이들 4명은 같은 음악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비틀즈의 주요 곡 4곡을 메들리 형식으로 부를거예요. 김해에도 이렇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팀명 '쓰빠라바'는 4명의 젊은이들이 한 팀이었다. 김유미 씨는 멜로디언을, 김선중 씨는 기타를, 김소연 씨는 우쿨렐레를, 안소연 씨는 첼로를 들고 나가 연주와 노래를 들려줄 참이었다. "음악이 좋아 만난 친구사이에요. 상을 받느냐, 마느냐 하는 것보다 마음껏 즐길 생각입니다. 마음 맞춰 연습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틀즈를 노래하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요."
 
두 쌍의 연인으로 이루어진 팀도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온 죠지와 배민숙 씨, 이혜경 씨와 박지훈 씨 커플이었다. 죠지는 "비틀즈만큼 영향력이 큰 가수가 또 있겠느냐. 비틀즈에게 국적은 필요없다"며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다. 배민숙 씨는 "우리 팀은 올해가 가기 전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를 꼭 닮은 두 청년도 만났다. 안경을 쓴 고창희 씨는 존 레논을 연상시켰는데 "전 리버풀 시민이에요"라며 활짝 웃었다. 리버풀은 비틀즈의 고향으로, 전 세계에서 비틀즈의 팬들이 찾는 도시이다.
 
최지훈 씨는 "오늘 폴 매카트니 코스프레를 하고 왔어요. 전 노래가 아니라 비주얼로 승부합니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앞머리를 폴 매카트니처럼 자르고, 검은 양복을 입고, 검은 반코트를 걸쳤다. 보는 순간 '앗! 폴 매카트니!'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오게 하는 차림새였다.
 
마침내 콘테스트가 시작됐다. 첫 참가자는 단독으로 피아노 연주를 공연하는 가야고 2학년 허지원 양. 허 양은 '렛 잇 비(Let It Be)를 연주할 참이었다. 그런데 연주 도중, 같은 대목에서 두 번이나 실수를 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삼세판', '괜찮아', '다시 해'를 외치며 격려했다. 허 양은 무사히 연주를 마쳤는데, 결과적으로 뒤 순서의 모든 참가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 셈.
 

 

 

 

▲ 고운동밴드가 비틀즈의 '옐로우 서브마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지는 순서에서는 참가 팀들의 노래에 맞춰 관객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콘테스트 장이라기보다, 비틀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공연장 같은 분위기였다. 고운동밴드가 펼친 '옐로우 서브마린(Yellow Submarine)' 공연은 마치 행위 퍼포먼스 같은 볼거리까지 제시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콘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시종일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그렇다고 점수를 매기는 본연의 임무를 잊지는 않았다. 이날 참여 관객들 중, 콘테스트 팀 지인이 아닌 관객들 20명에게는 점수를 매길 자격이 주어진 터였다. 이들은 한 팀이 공연을 마칠 때마다 진지하게 점수를 매겼다. 11시께가 되어서야 13개 팀의 공연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상은 골고루 나눠졌다.
 


비틀즈 콘테스트가 성황리에 끝난 후 잼싸의 쌀롱언니가 말했다. "누가 트로트 콘테스트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던데, 그거 재미있겠죠?" 그래, 그것 참 재미있겠다. 뭔들 재미있지 않겠는가? '재미있게 살자'고 부르짖는 잼싸 사람들이 있고, 어디에선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김해 시민들은 잼싸에서 들려올 트로트 콘테스트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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