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이상 동상동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크로바 수예점에 각종 털실들이 가득 차있다.

마니아·엄마들 즐겨찾아 여전히 인기
조끼부터 카디건·헤어핀까지 종류 다양

 

 

한겨울 추위를 느끼며 따뜻한 목도리를 찾느라 장롱을 열었다가, 몇 년 전에 털실로 뜨개질한 스웨터를 보았다. 언제 만들었던 것일까, 문득 추억에 잠기곤 한다. 김해에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어렸을 적,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뜨개질을 하던 엄마 옆에 앉아 바구니에 담겨있는 뜨개실 뭉치를 슬금슬금 풀어보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스웨터를 설레는 마음으로 몸에 대어보며,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뽐내어 보기도 했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정성과 사랑이 있는 뜨갯것이었다. 길을 걷다보면 흔하게 보이는 기계로 짠 스웨터와 목도리와는 달랐다. 어머니의 마음이 한 코 한 코 담겨있어서였을까. 매서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 보들보들한 '엄마 표 목도리'를 칭칭 감으면 온몸이 따스해졌다.
 
30년 세월을 간직한 동상동 재래시장 안 크로바 수예점에는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돌돌 만 털실 꾸러미를 들고 찾아온다. 대량생산되는 니트 목도리와 스웨터가 넘쳐나 예전만큼 찾는 사람은 없지만, 마니아층과 아기에게 손수 만든 좋은 옷만 입히고 싶은 엄마들에게는 여전히 인기다.
 
"딸내미 원피스 만들어 입힐 생각에 즐겁네." 수예점을 찾은 어머니들은 연신 미소를 지으며 굵은 나무 대바늘로 뜨개질을 했다. 살그락 거리는 대바늘 소리가 정겹다. 조그마한 난로 앞에 앉은 어머니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고운 실로 손뜨개를 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 손자를 따뜻하게 지켜줄 목도리를 만들던 김송이(60) 할머니는 "손자 생각하면서 한 올 한 올 정성껏 뜨고 있다. 사는 것보다 보람 있다" 며 "저번에는 가방을 만들어 시장에 들고 갔더니 생선가게 사장이 명품가방보다 더 좋아 보인다고 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의 작품이다"라며 웃었다. 연한 나뭇잎 색의 손자 목도리에는 할머니의 사랑과 손길이 새겨지고 있는 중이다.


 
알록달록한 털실로 도톰하게 짠 모자를 쓰고 있던 김성희(46) 씨는 취미로 손뜨개를 한다고 했다. 휴대폰에 저장해둔 자신의 손뜨개 작품 사진 속에 보송한 아기조끼, 카디건, 인테리어 소품과 귀여운 헤어핀도 있었다. "직접 만든 손뜨개를 선물할 때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며 미소 짓는 얼굴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연말연시를 맞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손뜨개 선물을 하는 것은 어떨까? 촉감도 재질도 다른 색색의 뜨개실을 고르는 재미도 있다. 정성껏 완성된 손뜨개를 받는 사람도 오랜만에 받아보는 귀한 선물에 감동할 것이다. 예쁜 실로 만든 손뜨개 선물에 아로 새겨진 사랑과 정성은 오래 기억될 추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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