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은 빛깔과 광택이 아름답다. 그래서 장식물로 이용된다. 현재 지구상에는 4천개 이상의 광물이 있지만, 이중 50여 종만이 보석으로 분류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매장량과 산출량이 적어 귀하고 또한 비싸다. 그래서 귀중한 돌 즉, 보석(寶石)이다. 반짝이고, 투명하고, 오묘한 빛깔을 지닌 보석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일까. 15세기께 이탈리아에서는 유리제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보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유리제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됐다.
이 유리제품들을 소재로 한 액세서리도 덩달아 발전해왔다. 김성철 씨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털 브랜드인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소재로 액세서리를 만들고 있다. 그 섬세하고 화려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만든 액세서리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보는 사람을 유혹하는 듯 하다.
내동 1094-4 건물 1층에 김성철의 '비손공방'이 있다. "작업 중이었어요. 1시간 안에 끝내야 합니다." 그는 성인 엄지손톱만한 크기의 액세서리 틀 안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붙이고 있었다. 크리스털의 크기는 P7(직경 지름 0.5㎜ 정도)이었다. 그는 커다란 돋보기 아래에 액세서리 틀을 놓고 에어흡입기로 좁쌀만한 크리스털을 하나하나 집어서 붙이고 있었다. 틀 위에 도포해 둔 점토접착제는 1시간이 지나면 굳어버리기 때문에 그 안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한다.
 
다양한 형태의 틀에 점토접착제 발라
깨알 같이 작고 빛나는 크리스털 부착
모든 과정 직접 손으로 이뤄져 '단품'
표현 가능 분야 폭넓어 기본소재도 다양
김해공예협회 회원으로 협회전도 출품
은 제품과 접목시킨 새로운 분야 개척


김성철은 칠산에서 태어났다. 지금도 칠산 명법 2동에서 부모를 모시며 살고 있다. 칠산초등학교, 김해중학교를 졸업한 뒤 울산현대공고를 졸업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서김해나들목(IC) 근처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기도 했고, 건설회사에 취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8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김성철은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몸이 불편했지만 무슨 일이든 일거리를 찾아야 했다.
 
▲ 김성철 씨가 돋보기를 들여다보며 글루가 도포된 액세서리 틀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붙이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어릴 때부터 제가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은 다 스스로 만들었어요. 나무를 깎아 배도 만들고, 대나무칼이며 대나무총, 덫을 만들어 놓기도 하고…. 그래서 공고로 진학했었죠. 몸을 다치고 난 다음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을 때, 앉아서 손으로 할 수 있는 분야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연결됐지요."
 
그는 부산 GIK보석디자인전문학원을 찾아갔다. 1년 과정의 보석 디자인과 귀금속 가공을 배웠다. 그러던 중 학원에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주얼리(보석) 전시회에 견학을 갔다. 그는 전시회에서 ㈜이오드림을 만났다. 이오드림은 기존의 폴리머클레이 기법보다 한 단계 발전한 세계 최고의 액세서리 글루(점토접착제) 제작기법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다.
 
폴리머클레이는 폴리머(고분자 점토. 일반 점토보다 부드럽다)로 액세서리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오븐에 구워 완성하는 공예이다. 그러나 이오드림은 오븐을 사용하지 않는다. 폴리머는 오븐에서 구워야 굳지만, 글루는 20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굳기 때문이다. 글루를 이용한 제작기법은 은이나 티타늄 등으로 만든 액세서리 틀에 글루를 도포하고 그 위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붙여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제작기법은 약 4년 전 이오드림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런데, 이 제작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공예는 여전히 폴리머공예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폴리머공예가 소개된 지가 이미 20여년이나 되고, 그 분야가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글루 제작기법도 물론 그 속에 포함된다. 글루 역시 이오드림에서 '글루텐'이라는 이름으로 21가지 색이 생산돼 사용되고 있지만, 통칭 폴리머라 불리고 있다. 이 분야의 공예가들 역시 폴리머공예가라 불린다.
 
김성철은 전시회장 안에서 화려한 귀금속이 아니라 폴리머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제작된 액세서리에 마음을 뺏겼다. "너무 예뻐서 바로 그 자리에서 체험을 해봤죠. 하고 싶다는 생각, 배우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귀금속가공 자격증을 딴 뒤, 곧바로 서울로 갔다. 이오드림에서는 (사)한국공예사랑협회의 독립분과 형식으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김성철은 이 과정을 통해 모든 제작기법을 배운 뒤 이오폴리머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지난 2월 김해 내동에서 폴리머 공예가로서 '비손공방'을 열었다.
 
▲ 김성철 씨가 액세서리 글루 제작기법으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하나하나 붙여 만든 화려한 작품들.
그는 작업과정이 매우 섬세하지만,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지나 브로우치, 펜던트 등 원하는 모양의 액세서리 틀에 폴리머를 먼저 도포하고, 1시간 안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붙인 다음, 20시간을 두면 완성된다.
 
한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유리세공업자인 부친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은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개발했다. 크리스털이 무지개 빛깔을 반사하도록 하기 위해 스와로브스키는 특수금속 화학물질을 제품에 코팅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기존의 크리스털보다 더 아름다운 빛을 낸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크기와 색상이 아주 다양합니다. 편의상 그냥 '석'이라 부르죠. 크기는 P5부터 P17까지의 것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가 보여준 P5 크기는 좁쌀만했고, P17은 1㎜ 정도의 크기였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는 엄지손톱만한 틀 안에 P7의 석을 붙이고 있었는데, 그 작은 틀 안에 약 180개의 석을 붙여야 한다고 했다. '볼'이라 불리는 석은 금빛 모래처럼 보였다. 이걸 일일이 에어흡입기를 들고 손으로 붙여야 한다니 보통 세심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숨만 크게 내쉬어도 다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기자가 그 말을 했더니 김성철은 "원하는 디자인과 석의 색상에 맞추어 폴리머를 배합해 틀에 도포하고 난 뒤 숨을 참으면서 석을 붙인다. 손이 떨리면 붙일 때 각도가 틀어진다. 똑바른 각도로 붙이지 않으면 나중에 떨어져나올 수 있다. 한 번 호흡에 열대여섯 개는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방 12㎝ 정도의 직사각형 틀에 똑같은 크기, 똑같은 색상의 석을 붙인다면 1시간 안에 붙일 수 있어요. 그러나 틀 모양의 디자인이 곡선이고, 여러 크기의 다양한 색상을 사용할 때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리죠. 폴리머가 굳어버리면 안되니까, 부분작업을 해가며 완성해야 합니다."
 
비손공방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외에 자개를 이용한 것도 있었다. "폴리머 위에 붙일 수만 있다면, 또 폴리머를 도포할 수만 있다면, 어떤 소재라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표현할 수 있는 분야가 그만큼 넓다는 거죠."
 
▲ 그만의 주조기법으로 호박꽃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작품 '호박꽃의 유혹'.
그는 지난 9월 김해공예협회 회원으로 가입했다. "공방 앞을 지나던 공예협회 회원 한 분이 실내로 들어와 둘러본 게 계기가 됐어요. 회원들이 몇 분 더 다녀가신 뒤 장용호 회장님이 협회에 가입해 함께 활동하자고 제의해 왔어요. 저도 김해의 공예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든든합니다."
 
지난 12월 3일부터 8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린 협회전에 그는 작품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 '호박꽃의 유혹'은 호박꽃과 거미, 사마귀, 메뚜기 들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만의 기법(그는 이 제작기법을 쉽게 공개하지 않았다!)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크기는 작았지만, 생생했다. 호박꽃의 꽃술 위 꽃가루까지도 보이는 듯했다.
 
"앞으로는 은제품과 폴리머공예를 접목시킨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집 옆에 작업실을 하나 더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실이 완성되면 이 공방은 폴리머 공예를 배우는 분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할 겁니다. 자신만을 위한 단 하나의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은 분은 비손공방으로 찾아오세요!"
 
새로운 계획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비손공방이란 이름에도 자신의 마음과 열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비손 강이 나옵니다. '비손'은 풍요로움과 풍부함을 상징합니다. 비손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하윌라 땅은 금과 은과 보석이 있는 곳이었지요. 비손공방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김성철
비손공방 대표. 한국공예사랑협회 회원, 김해공예협회 회원. GIK 보석디자인직업전문학교 이수, 귀금속가공기능사(2012), 이오폴리머지도사(2013). 창원 컨벤션센터 DIY전시회, 김해공예협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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