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오(통합진보당) 울산 북구청장은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천만 원을 내고 3억 6천7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외국 대형유통점인 코스트코가 북구에 대형할인점을 짓기로 했는데, '법적으로'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윤 구청장이 패소하자, 일부에서는 "구청장의 고집 때문에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현대사회에서 법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이런 취지로 본다면, 윤 구청장의 경우 법을 어긴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법적 다툼에서 질 줄 알면서도 왜 그렇게 했던 것일까. 그는 "중소상인을 보호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를 입점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한다. 그는 지역의 상인들을 지키려 했던 것이다.
 
전국에 점포가 9개에 불과한 코스트코의 2012 회계연도(2012년 9월~2013년 8월) 매출은 무려 2조 5천372억 원이었다. 단순하게 계산할 경우 점포당 매출은 2천819억 원에 이른다. 코스트코는 전남 순천에도 점포를 열 계획이다. 순천시가 시장경영진흥원에 의뢰해 실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코스트코가 지점을 열면 순천 유통업계의 연간 매출액이 약 1천700억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다.
 
코스트코가 울산 북구에 입점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북구는 물론 울산 전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은 상당히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처지를 뻔히 아는 윤 구청장으로서는 배상금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더라도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법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윤 구청장의 처신을 무조건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법을 버리는 대신 지키려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의 생존권과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시나 시의회, 또는 법보다는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기 바쁜 시민들이 더 소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김해에서는 지난해에 신세계백화점·이마트 건립을 둘러싸고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발이 일년 내내 이어졌다. 상인들과 주민들이 주장한 것은 생존권 확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경우 연간 매출액은 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전통시장 상인과 일반 상인들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처하는 김해시의 태도는 간단했다. 바로 법이었다. 신세계가 건축허가 신청을 내자, 법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에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시는 강변했다. 시는 신세계를 설득하거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하는 대신 상인들을 설득하는 일에 더 힘을 쏟았다. 주민들의 삶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는 6월에는 경남도지사, 시장·군수, 도·시·군의원, 교육감을 뽑는 지방선거가 펼쳐진다. 김해시장 선거에는 새누리당, 민주당 다 합쳐서 10명 이상이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해 시민들이 모든 후보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이 '법보다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라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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