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13·김해ㄱ초등학교)이는 무상수학여행을 둘러싼 어른들의 논쟁은 알지 못한다. 전교에서 자신 혼자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만 안다. 상철이의 부모님은 가난하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고 어머니는 직업이 없다. 가족의 한 달 수입은 150만원이 전부다. 올해는 누나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이나마도 팍팍해졌다. 어머니는 기다려 보라고 했지만, 상철이는 선생님께 수학여행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학여행비 15만 원은 가족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가 수학 여행비를 대신 내주겠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우리가 가난해서 못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 보낸 것"이라고 소리쳤다. 거짓말이었다. 아버지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틈만 나면 수학여행 이야기를 했다. 장기자랑에 선보일 인기가수의 춤과 노래에도, 커다란 놀이기구가 있다는 서울의 놀이동산에도 상철이의 자리는 없다.
 
빠르면 올해부터 김해지역에서 상철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달 10일 관련조례를 입법 예고하며, 무상수학여행을 재추진할 의지를 드러냈다. 무상수학여행은 지난 지방선거당시 고영진 현 교육감의 선거공약이었지만, 법적 근거가 없던 탓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지적을 받고 현재까지 미뤄져 왔다.
 
무상수학여행이 실행될 경우 도교육청은 추경예산 45억여 원을 편성해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무상으로 수학여행을 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은 495개 학교 학생 4만1천512명이며, 1인당 지원 금액은 12만원 가량이다. 김해지역에선 57개 초등학교가 모두 9억5천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렇듯 도교육청이 '무상수학여행' 지원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놓고 김해지역 교육계의 반응은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무상수학여행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측은 무상수학여행이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해 생림초등학교 박춘배 교사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부모의 평균 소득이 낮은 편인 특정지역의 초등학교는 금전 지원이 없이는 수학여행을 선뜻 떠나기 힘든 형편"이라며 "이는 곧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교육의 불평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학여행이 수업과정의 일환인 만큼, 무상수학여행은 '무상'이란 시혜적 의미보단 교육의 '의무'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김형근 인성교육담당자는 "수학여행은 엄연한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며, 모든 초등학교 교육은 '무상'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무상수학여행을 복지정책인 무상급식 등과 엮어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시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해 모 초등학교 한 교사는 "수학여행 비용은 한 가정의 입장에서 봤을 땐 6년에 한 번 부담하는 금액이지만, 도 단위 지원예산이 될 경우엔 지나치게 큰 금액이 된다"며 "재정 확보가 불투명한 만큼 무상수학여행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해시의회 이상보 의원은 "수학여행을 못가는 학생은 한 학교에 1~2명 정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학교차원 자체 예산이나 후원을 받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며 "교육복지예산이 한정 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시급한 문제인 학교시설 정비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강조했다.
 
무상수학여행의 실행여부는 오는 4월 결정된다. 도교육청은 '경상남도교육청 교외체험학습 활동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만들어 지난달 입법예고 한 데 이어 오는 4월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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