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가 범지 박정식이 범환상가 가야수산에서 모듬회 접시에 놓인 회를 한 점 집어들며 "취재보다 우선 맛부터 보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농어·우럭·광어·밀치 산을 이룬 접시
쫄깃쫄깃한 식감에 "푸짐하고 신선"
특별재료 초장에 반한 손님들 "싸달라"
전어철엔 회보다 양념장 인기 더 많아
"눈속임 없고 정직한 맛에 단골 됐죠"


▲ 탱글탱글한 속살과 푸짐하게 담긴 모양새가 입맛을 자극하는 모듬회 큰접시.
"육고기 먹을래? 회 먹을래? 라고 누가 물으면 늘 회를 먹으러 가자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회를 좋아합니다."
 
서예가 범지 박정식은 동생의 소개로 알게 된 횟집인데, 지금은 자신도 단골이 됐다면서 범환상가 내 '가야수산'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범지는 "낙동강 주변에서 자란 사람들은 민물회를 주로 먹었을 텐데, 요즘은 유통도 잘되고 운송편도 좋아서 바다회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덕에 먹는 회의 종류도 다양해졌다"며, 특유의 하회탈 같은 살인미소(?)를 지었다. 사실 얼굴 한 가득 웃음을 지으며 찬찬히 이야기를 꺼내는 그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나거나 마음 급한 일이 있어도 슬며시 마음이 누그러진다. 옆에서 벼락이 떨어져도 천천히 돌아볼 것만 같은 이 서예가과 함께 모듬회를 한 접시 시켰다.
 
"생선은 육고기에 비해 담백하고, 기름기가 없으니, 몸에도 좋을 것 같아요. 가야수산의 회는 탱글탱글하다고 해야 하나? 어떤 횟집은 회를 씹으면 물컹물컹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가야수산은 안 그래요. 식감이 아주 좋아요." 범지는 상 위에 회가 놓이자 접시를 가리키며 "가야수산은 이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접시에 무채 같은 걸 깔아서 회의 양이 많아 보이게 하는, 그런 눈속임이 없어요. 이 회, 양이 많아 보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푸짐합니다. 가격 대비해서 이만큼 푸짐하고 맛있는 횟집이 또 있을까요?"
 
대(大)자 회 접시에는 농어, 우럭, 광어, 밀치가 가득했다. 밑반찬은 깔끔했고, 굴과 미역은 보기에도 싱싱했다. 그런데 초장이 아무래도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보니, 첫 인상 만큼이나 맛있었다. 무슨 맛이냐고? 초장이니 그냥 초장 맛인데, 다른 횟집 초장에 비해 좀 더 깊이가 있다고나 할까.
고백하건대, 기자는 도대체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도 없는, 으레 식탁 위에 놓인 빨간색 케첩 통 속의 초장을 싫어한다. 성의도 없고 맛도 없어 회를 초장에 찍어먹지 않고, 된장이나 와사비 양념장에 찍어먹곤 한다.
 
▲ 특별 재료를 넣어 인기만점인 초장이 맛깔스럽다.
그런데 가야수산은 초장을 담아내 와, 작은 국자로 개인접시에 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초장 안에는 파, 마늘, 깨소금 등 다양한 양념이 들어있었는데, 맛이 시쳇말로 끝내줬다. 가야수산의 안주인 김애숙(53) 씨에게 초장 맛의 비밀을 물었다. 김 씨는 "우리 집은 초장 맛이 좋기로 이름났는데, 어떻게 단박에 그 맛을 알아보느냐"고 반색을 했다.
 
김 씨는 "초장은 비율이 맛을 좌우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비율이 안 맞으면 초장 맛을 버리게 된다. 고추장, 식초, 물엿 등은 어느 집이나 사용하는 재료이고, 우리 집은 공개할 수 없는 재료가 조금 더 들어간다. 초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다른 집보다 초장을 더 많이 만든다. 20년째 내가 직접 만들고 있다. 계산하고 나가면서 초장만 좀 달라고 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장을 한번에 17㎏짜리로 2통을 만드는데, 평균 4~5일 만에 동이 난다고 했다. 전어철이 되면 더 빨리 동이 난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횟집을 드나든 이래 처음으로 초장을 듬뿍 찍어 회를 먹었다. 달큰하면서도 약간 맵싸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가야수산에 들어섰을 때가 오후 6시 30분께였는데, 7시도 안 돼 실내는 만원이었다. 취재를 한답시고 커다란 테이블을 독차지하고 있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맛있고 푸짐하니 손님이 계속 들어오네요. 이쯤 되면 포장손님이 왜 많은지도 이해가 됩니다." 범지는 자신의 집에 반가운 손님이라도 찾아온 양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가야수산의 김갑문(58) 사장은 연신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바빠서 결국 만나볼 수가 없었다. 범지는 안주인에게 횟집 자랑을 더 하라고 슬며시 권했다. 김 씨는 "활천고개 인근에서 횟집을 하다가 범환상가로 들어온 지 15년 째"라며 "광고 한 번 낸 적이 없는데,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빨리 자리를 잡았다. 손님들을 정성을 다해 모실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가야수산/서상동 333-9 범환상가 내. 055-324-7838, 321-5014. 모듬회 대-5만 5천 원, 중-4만 5천 원, 소-3만 5천 원. 포장은 2만 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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