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직접 손상 또는 신체 염증반응 원인
초기 증상 이후 이틀 이내 급속 진행
숨쉴 때마다 가슴에서 휘파람 소리
다른 장기 기능 저하 합병증 위험도 커
기존 질환 환자 호흡곤란 땐 일단 의심
인공호흡기 이용 기계적 치료 급선무


▲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은 초기 증상 이후 48시간 이내에 심각한 호흡곤란 증상을 유발하며, 환자 2명 중 1명꼴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을 땐 병원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17일 동안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했던 환자가 삶과 죽음을 오가다 깨어나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지금의 눈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얼마나 간절한 오늘이겠는가. 성인호흡곤란 증후군과 기흉. 24일 동안 고생한 보람으로 환자와 함께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중략) 오늘은 또 하나의 선물. (하략)'
 
이번 겨울 들어 김해에 첫눈이 내린 지난 8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전해진 감동적인 사연 하나가 있었다. 김해 모 병원 중환자실 의료진과 환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라는 질환과 무려 20여 일간 죽음을 넘나드는 사투를 벌였고, 기적처럼 병마를 이겨내고 선물 같이 내린 첫눈을 함께 맞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이 환자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후속 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환자 대부분이 이 사연의 환자처럼 '새날'을 선물받기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이 증후군은 초기 증상이 생긴 이후 12~24시간 내에 발병하며, 대부분 48시간 이내에 심각한 호흡 곤란 증상을 일으킨다.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도 없으며, 치사율이 40~60%대에 이를 만큼 무서운 질환이다.
 

■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이란
당뇨병 치료를 하면서도 평소 하루에 소주 한 병씩을 마셔온 김 모(68) 씨는 갑자기 발생한 기침과 가래·호흡곤란 때문에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당시 체온은 39도에 달했으며, 동맥혈관 내 산소 포화도도 떨어지기 시작해 의료진에 비상이 걸렸다.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이라는 진단에 따라 기계 호흡과 폐렴 항생제 투여, 합병증 예방 등의 치료가 함께 진행됐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은 3일 동안 밤낮 없이 계속됐다.
 
조은금강병원 내과 문지윤 과장은 "당시 이 환자의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러 증상들이 개선되기 시작한 뒤에도 일주일간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만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초기 증상과 질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은 심각한 폐질환으로 인해 폐나 다른 부위가 심하게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체액이 폐의 작은 혈관에서 폐포로 흘러들어가 산소 전달량이 줄어들고 폐가 충분히 펴지지 않게 되는데, 신장이나 간, 뇌 등의 다른 장기의 기능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원인은 강한 충격이나 압박 등에 의한 직접적 폐 손상, 신체의 다양한 염증 반응에 따른 간접적인 경우로 나뉜다. 가장 큰 원인은 환자 중 약 40%를 차지하는 패혈증이다. 호흡 때 위 내용물이 흘러 들어가거나 다발성 타박상, 대량 수혈, 폐렴, 산부인과 응급 질환, 마약성 약제 과다 복용 등도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문 과장은 "호흡과 맥박이 떨어지고 호흡성 알칼리증(폐에서 과다하게 호흡이 일어나는바람에 혈액에서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이 제거돼 경련, 감각이상, 실신 등이 나타나는 증상) 등이 초기 증상 이후 하루 이내에 나타난다"며 "이후 염증 진행과 저산소증, 폐의 탄성 감소 등이 동반돼 대부분 환자들은 증상 발생 이틀 이내에 급성호흡부전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증상과 진단 및 합병증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의 가장 큰 특징은 호흡 곤란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피부에는 이상 증상인 푸른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정신이 혼미해져 의식을 잃거나 감각 이상·경련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흉부X-선 사진상 폐포에 액체가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혈액 내 산소량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면 발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치사율이 40% 이상이어서 환자 2명 중 1명꼴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풍선에서 공기가 새 듯 폐에서 공기가 새어나가는 기흉이나 폐렴 등의 합병증도 위험하다. 세균 감염에 의한 면역 상태 이상은 간·신장·뇌 등 거의 모든 장기에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뇌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일시적으로 기억이나 집중력이 떨어기기도 하고 시간이나 장소 또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진단법은 흉부방사선 촬영이다. 사진에서 양측 폐의 경계가 불분명한 음영으로 나타난다. 동맥혈 내의 가스 분석 검사는 치료 및 경과 관찰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심부전에 의한 폐부종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심초음파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 외에 심장에 연결된 대혈관의 압력이나 산소 분압 등을 측정하는 폐동맥도자술도 있다.
 

■ 치료법과 유의할 점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이용해 기계적인 환기를 포함한 집중 치료가 이뤄진다. 기계 환기는 환자의 폐가 치유되는 데 필요한 시간 동안 환자의 호흡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로서는 사망률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이 원인인 경우 항생제 치료가 병행되며, 혈압 저하가 원인일 때는 말초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올리는 승압제를 사용하는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들이 병행된다.
 
문 과장은 "급성호흡곤란 증후군의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를 찾고자 하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이용할 만한 정확성을 가진 지표는 아직 없다"며 "기존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면 일단 급성호흡곤란 후군을 의심해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조은금강병원 문지윤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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