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0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살아온 내력이 얼굴에 다 나타나는 법이니 착하게 잘 살라는 뜻일 게다. <김해뉴스>는 이런 맥락에서 부산의 대표적 역학인 가운데 한 사람인 '박청화철학연구원(청화학술원)' 박청화 원장의 '관상 여행'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요즘 사람들은 상대방의 처지나 형편이 곤란한 경우에 이르렀을 때 비아냥거리는 속어로 흔히 '꼴 좋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단순하게 꼴이 좋다는 말은 상태나 모양이 좋다는 의미인데 의미를 비꼬아 사용하다보니 와전된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꼴'은 사전적인 의미로 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를 의미하는데 사람에게 적용하여 쓸 때는 앞의 말처럼 낮잡아서 이르는 의미로 쓰인다.

사람의 꼴을 좀 더 고상하게 일컫는 말은 '상(相)'인데 주로 바탕의 됨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꼴이든 상이든 어떤 존재가 가진 모양, 처지, 바탕, 상황 등을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꼴값하다', '꼴사납다' 등 여러 가지 의미와 형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는 원하지 않더라도 매일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산다. 볼 관(觀), 바탕 상(相)이 조합된 의미가 관상이다. 처음 본 관상을 주로 '첫인상'이라는 말로 대체하여 쓰는데 이때에도 순식간의 본능이 작동하게 된다.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는 순간 그 사람이 주는 많은 느낌을 갖게 된다. 무섭게 생겼다, 힘세게 생겼다, 착하게 생겼다 등으로 상대방을 파악하게 된다. 도저히 분류나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 '이상하게 생겼다'는 식으로라도 분류를 순식간에 하게 된다. 원시 시대부터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삶을 유지하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몸에 배어온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상대방이 가진 능력, 힘, 에너지 체계를 파악하고 우호적, 적대적 입장 중에 어디에 처신을 맞출 지를 판단하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삶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관상을 잘 보아야 되는 법이다. 이런 필요성에서 비롯된 관상학은 대단히 실용적 학문인 것이다. 현대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다못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에도 관상을 잘 봐야하는 것이다. 누가 먼저 내릴 사람인지 잘 보고 그 자리에 서 있어야 빨리 앉을 기회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스갯말이지만 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도구를 하나 갖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이미 그동안의 생활 경험을 통하여 '반(半) 관상가' 수준의 안목을 가지고 살아간다. 많은 선험적 요소를 통하여 기미와 징조, 그것이 가지는 기운과 에너지, 기대되는 결과까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미래는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 누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산다. 옛 사람들도 수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고 관련된 학문적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다행히 수천 년 동안 문헌으로 정리하였으니 오늘날의 관상학이 되었다.

필자 또한 젊은 시절부터 삶의 원리를 알고자 많은 시간을 보내었는데 결국 관상학을 큰 길목에서 만났다. 많은 문헌을 보았고 수많은 실제를 경험했지만 학문이란 끝이 없음을 새삼 느끼며 글로 다듬어보고자 한다. 만 가지 상보다 심상(心相)이 우선이라 했다. 심상을 찾는 여행을 독자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


 


박청화는 ─
박 원장은 부산대 사학과 석사 출신으로 현재 동방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대전대 부설 동양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1월 동의대 인문과학대학 철학과 주최 제11회 학술제 명사 초청 강연에서 '주역으로 바라본 새 천년'이란 주제로 강연했고, 한의사학회, 각종 기관 및 단체 등에서 역학을 주제로 강의하기도 했다. 다수의 관련 책을 냈으며, 조용헌 저 '방외지사' 1권에 심층 소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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