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용근 김해기독교연합회 부회장이 말고기 육회를 들어보이고 있다.
비릿하고 질길 것이란 생각은 선입견
조선시대 임금에 진상될 만큼 고급음식

제주에서 공수해온 조랑말 고기 사용
소육회보다 식감 좋고 참치회보다 쫄깃
버섯주물럭·돌판구이 등 요리법도 다양



"말고기 드셔보셨습니까? 김해에서 유일하게 말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흥동에 있습니다.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서 걱정했는데 지인들과 함께 몇 번 먹어보니 맛이 꽤나 좋더군요."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윤용근(66) 김해기독교연합회 부회장이 말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윤 부회장의 제안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말을 식용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심쩍은 마음에 일단 말고기에 대해 알아봤더니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에게 진상되는 고급음식이었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연산군은 양기를 북돋아 준다는 이유로 말고기를 즐겼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최근 윤 부회장과 함께 흥동의 말고기전문점 '사또마말고기'를 찾았다.
 
식당 안에 들어서니 벽에 메달 수십 개가 걸려 있었다. 식당 주인 김영도(60) 씨가 각종 마라톤대회와 수영대회에 참가해 획득한 메달이라고 했다. 김 씨는 "50대 초반에 당뇨병에 걸렸다. 제주도에 갔다가 우연히 말고기를 먹은 뒤 당뇨병이 나았다. 이후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1954년생 말띠인 그는 말고기의 효능을 믿게 된 이후 말고기를 즐겨 먹다가 2005년부터 아예 말고기 전문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윤 부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현재 구산동 동산교회에서 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80대 할머니 신도 한 분이 사고로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지요. 말 뼛가루가 좋다고 해서 구해다 드렸더니 한 달여 만에 회복되더군요. 그때부터 말고기가 사람 몸에 좋다는 확신이 들어 제주도에 가면 가끔 먹던 말고기를 즐겨 찾게 됐지요. 김해에서도 말고기를 이렇게 즐기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라며 웃었다.
 

김영도 씨가 말고기 육회를 가져왔다. 넓다란 접시에 붉은 빛이 진하게 감도는 육회가 꽃처럼 펼쳐졌다. '사또마말고기'에서 사용하는 말고기는 제주도에서 진공 포장해 공수해 온 조랑말 고기라고 한다. 말고기 육회는 비계가 하나도 없는 엉덩이근육살의 순살코기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소고기육회보다 부드럽다니까요. 한번 드셔보세요." 김 씨의 권유에 육회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맛이 좋았다. 일단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단맛이 났다. 씹는 느낌은 소고기육회보단 부드럽고 참치회보단 쫄깃했다.
 
"지인 몇몇을 데리고 왔었죠. 마지못해 인상을 쓰며 따라오더니 마침내 흡족해 하며 식당을 나서더군요. '말고기는 질기고 비릴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강합니다. 하지만 사실 말고기라고 미리 이야기하지 않으면 말고기인 줄 잘 모릅니다." 젓가락을 바삐 움직이던 윤 부회장이 말고기 자랑을 늘어놨다.
 
다음엔 소금구이용 말고기가 식탁에 올랐다. 말의 안심 부위. 화려한 마블링이 먼저 눈에 띄었다. 먼저 말의 지방을 달궈진 돌판 위에 올린 뒤 안심을 하나씩 올려 구웠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말고기 구이는 소고기보다 소화가 잘 된답니다. 소고기를 구울 때처럼 말고기도 살짝 익혀야 해요. 그리고 기름장에 찍어 먹어야 가장 맛있죠." 김 씨의 설명을 뒤로 한 채 핏기가 가신 말고기구이 한 점을 기름장에 찍어 입안에 가져갔다. 독특한 맛.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그 맛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맛이 궁금하면 직접 먹어 보시라.
 
"고기에서 기름이 많이 나오지 않아 식감이 퍽퍽할 것 같지만 먹어보면 부드러워요. 말기름은 식물성기름처럼 물에 잘 녹는다고 하네요. 꼭 구이가 아닌 수육 같은 느낌입니다." 윤 부회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식당의 주력 요리인 버섯주물럭불고기가 식탁에 올랐다. 과일소스에 절인 말고기를 버섯 등 갖은 채소와 버무린 뒤 익혀낸 요리였다. 따라나온 반찬들도 주인장이 하나같이 정성을 들인 듯 정갈했다. 먼저 맛을 본 불고기 양념국물 맛은 달짝지근했다. 당면, 버섯과 함께 들어 올린 불고기도 밥반찬으로 딱이었다. 아이들과 여성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불고기가 바닥이 드러날 즈음 김영도 씨의 부인 김상란(60) 씨가 밥을 들고 오더니 자작한 국물에 밥을 볶기 시작했다. 배가 이미 그득하게 차올랐지만 손을 멈추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애초 우려했던 말고기에 대한 부담감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사또마말고기/흥동 914-11. 서김해나들목(IC) 부근. 055-323-0207. 말요리 코스 1인분 5만 원. 육회 한 접시 3만 원, 소금구이 1인분 4만 5천 원. 버섯주물럭불고기 1인분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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