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약과 같아 식이조절 하면 병 치료
육류 섭취 되도록이면 줄이는 게 현명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무병장수를 꿈꾸며 불로초를 구해오라는 명을 내린다. 생로병사를 겪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기에 동서고금을 통틀어 병들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장수한 왕들과 단명한 왕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조선의 왕과 건강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현대인의 건강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선 단명한 조선 왕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단종은 17세, 예종은 20세, 현종은 23세, 인종은 31세, 연산군은 31세였다. 우선 단종은 숙부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인해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자살을 강요받아 17세에 죽었다. 연산군 역시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두 달 만에 급사했다. 예종은 훈구파에 의한 독살설이 제기되고 있고, 현종과 인종은 실록의 기록이 뚜렷하지 않다. 단명한 왕들은 주로 선천적으로 허약했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독살되거나 자결했다.
 
정조는 탕평책을 시행한 현군이었지만 지독한 골초였다. 성종은 경국대전을 완성하여 정치제도의 기틀을 잡지만 지독한 호색한이었다. 세종은 한글을 창제하지만 지나치게 육식을 좋아해 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훌륭한 군주라 하여 건강관리에 허점이 없었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를 통틀어 장수한 왕과 그들의 나이를 보면 영조가 83세, 태조가 74세, 고종이 68세, 광해군이 66세, 숙종이 60세였다. 우선 태조는 '왕자의 난', 고종은 '헤이그밀사' 때문에 자의반타의반으로 왕위를 물려주게 된다. 양위한 후의 삶은 운동과 오락시간이 비교적 많았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출되었지만 옥좌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장수할 수 있었다. 영조는 자신의 체질적인 약점을 선지하여 연훈법과 인삼을 장기복용함으로써 천수를 누렸다.
 
위에서 열거한 장수한 왕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보다도 좋은 식습관이다. 옥좌가 주는 스트레스의 관리도 중요한 덕목이지만 말이다. 왕들은 12첩 반상을 받았다. 수라·탕·조치(찌개)·찜·침채(김치)·장이 기본정찬을 구성했다. 찬품은 더운구이·찬구이·전유화·편육·숙채·생채·조리개·장과·젓갈·마른찬의 10가지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왕의 밥상을 분석해보면 식물성 식단이 13가지였다. 동물성 식단은 곰탕·더운구이류·편육·젓갈로 4가지에 불과했다. 왕의 밥상과 현대인의 밥상을 비교해보면 현대인의 식단은 지나치게 육식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때문에 영조가 청포묵을 좋아한 것은 결코 소박한 것이 아니었다.
 
한의학에서는 의식동원(醫食同源), 식약료병(食藥療病)으로 본다. 밥과 약은 동일한 원천으로 약물의 투약과 식이조절을 통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이조절의 대강은 현미 채식과 육식의 절제로 모아진다. 현미에는 탄수화물·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하다. 장운동과 해독에 필요한 식이섬유가 충분히 함유돼 있다. 육식을 대체할 훌륭한 주식이라 할 수 있다.
 
와튼스쿨의 제레미 리프킨은 최근 <육식의 종말(Beyond beef)>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에 이은 혜안이 돋보이는 명저이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날로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축산단지를 해체시키고, 인류의 음식에서 육류를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지금의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이미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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