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식욕 없다가 밤에 과식 습관화
위장·수면장애 동반 땐 증상 의심해야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발병 위험 커
허전할 땐 저칼로리·저당분 음식 섭취
허기만 달래다 차츰 야식 자체 줄여야


▲ 잠들기 전 야식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면 물이나 우유·오이·당근 등 포만감을 주면서도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으로 허기만 달래는 게 좋다.
40대 중반인 박 씨는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과식을 하지 않는 식생활로 건강관리를 하며 '아저씨'답지 않은 몸매에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허리살과 뱃살이 늘어 체형이 망가지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이전보다 소화력도 떨어지고 수면장애도 생긴 것 같다. 박 씨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방심하면 무서운 습관이 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야식의 유혹이다. 입은 즐겁지만 몸에는 독이 되는 야식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못 먹게 하면 더욱 먹고 싶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야식은 각종 위장 장애와 비만을 일으키는 야간식이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다. 박 씨의 갑작스러운 신체와 건강 변화에는 야식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었다.
 

■ 야식증후군, 습관이 아니라 중독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잠을 자다 일어나 뭐든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이라 불리는 야식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낮에는 별로 식욕이 없다가 밤에 뭐든 먹지 않으면 허전해 견딜 수 없고, 일단 먹었다 하면 식욕이 증가해 과식하게 되는 것도 야식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은 "저녁식사 이후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하루 섭취량의 50%를 넘고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스낵류 등의 고탄수화물 음식을 섭취해야만 다시 잠이 오거나 평소 위장·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면 야식증후군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야식증후군은 단순한 습관이라기보다는 중독에 가까운 질환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식으로 자주 먹는 음식에도 문제가 있다. 야식의 단골 메뉴인 라면, 치킨, 피자, 족발 등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들을 자주 섭취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의 발병률이 증가하며 체지방이 축적되어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야식을 먹고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 경우 자는 동안에 식도의 근육이 느슨해지고 위장 기능 자체가 떨어져서 역류성 식도염, 위염 등 소화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비듬과 탈모, 불면증과 수면장애까지 동반될 수 있다. 입이 즐거운 대신 심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는 셈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낮보다 밤에 음식 섭취량이 많은 야식경향을 갖고 있으며, 100명 중 1명꼴로 야식증후군에 빠져 있다고 한다.
 

■ 규칙적인 식습관으로 극복
야식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으나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신체 이미지 왜곡 등이 유발 요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는 불규칙한 생활 습관과 심리적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에 따른 야식증후군은 학업에 열중하거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침, 점심을 거르고 저녁을 앞당겨 먹었다가 밤에 입맛이 당기는 형식이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스트레스는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르티솔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한다. 코르티솔은 인체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식욕을 불러일으킨다. 세로토닌은 분비 과정에서 포도당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야식이 당기게 된다.
 
박 부원장은 "야식증후군을 겪는 사람 중에는 평소에도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반면 수면 중 높아져야 하는 멜라토닌 수치와 식욕 조절을 위해 높아져야 하는 렙틴 수치가 떨어진 경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야식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단연 우선 순위는 규칙적인 식습관이다. 하루 세 끼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사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에 적정량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포만감을 주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또 잠들기 4시간 전까지는 음식 섭취를 끝내야 한다. 음식이 소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라면이나 우동, 만두 등의 즉석요리나 과자, 음료들을 모두 치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녁을 먹은 후 10시쯤 되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서서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고픔을 견디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 부원장은 "밤에 배고픔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저녁식사 시간을 8시쯤으로 늦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그래도 허전함 때문에 도저히 잠자리에 들 수 없다면 물이나 우유, 오이, 당근 등 포만감을 주면서도 위에 부담도 적은 저칼로리, 저당분 음식으로 허기만 달래다가 점차 야식 자체를 먹지 않도록 습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Tip)야식을 먹으면 왜 얼굴이 부을까
라면과 같이 밤에 즐겨 먹는 야식들은 염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이런 음식을 먹고 자면 몸은 밤 사이 염분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배출시키지 않고 몸 속에 저장하게 된다. 아침에 얼굴이 붓는 이유는 이렇게 저장된 수분 때문이다.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메디체크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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