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세뱃돈 최고 화제
저금·여행·불우이웃돕기 다양한 용도
취업 준비 대학생은 불편한 마음


"세뱃돈으로 좋아하는 가수 앨범도 사고 학교 가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놀 거예요."
 
지난달 31일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었다. 설날 아침이면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먹는다. 옷을 단정히 입고 세배를 하고 어른들로부터 덕담을 듣는다. 덕담과 함께 받는 세뱃돈은 설날에 빠질 수 없는 기쁨이다. 세뱃돈은 어린이, 대학생, 어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초등학생 민준서(12) 군은 "올해 받은 세뱃돈은 저금할 생각이다. 명절에 세뱃돈을 받을 때마다 꼭꼭 통장에 넣는다"고 야무진 표정으로 말했다. 고등학생 김성은(17) 군은 로켓과 우주공부에 흠뻑 빠져 있다. 그는 "세뱃돈으로 나로호 같은 우주발사체를 만드는 연구에 쓸 것"이라며 웃었다. 성은 군의 동생 김해솔(13) 양은 "세뱃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고 싶다. 불우이웃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다들 용도는 달랐지만 세뱃돈을 어떻게 쓸지 야무진 생각을 갖고 있었다.
 

▲ 김해의 한 가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에게 세뱃돈을 건네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마냥 좋은 세뱃돈이지만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게는 때론 민망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아직 학생 신분이지만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린 조카들 사이에서 세뱃돈을 받으려니 민망스러운 것이다. 거기에 취직 이야기까지 나오면 마음은 더욱 불편해진다. 인제대학교 4학년인 박지혜(24) 씨는 "이제는 세뱃돈 받기가 민망하다. 올해까지만 받고 내년부터는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주겠다고 했다. 어른들이 다 웃고 분위기가 훈훈해졌다"며 웃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인제대 4학년 신윤지(23) 씨는 "취업은 언제 할 것이냐, 어디로 할 것이냐 같은 질문이 부담스럽다. 추석 때는 어디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털어놨다.
 
세뱃돈은 받는 어린이, 청소년 뿐만 아니라 주는 어르신들에게도 즐거움이었다. 이규열(79) 씨는 손자, 손녀들뿐만 아니라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게도 줄 세뱃돈을 준비했다. 미리 은행에서 빳빳한 지폐로 바꿔 깨끗한 봉투에 넣어뒀다가 세배를 받은 뒤 각각 하나씩 전달했다. 세뱃돈의 참뜻을 생각해보라는 의미였다. 이 씨의 사위 민성환(50) 씨는 "30년 만에 받는 세뱃돈이어서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났다. 장인어른의 마음에 감동했다. 이 세뱃돈은 쓰지 않고 간직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생 딸을 둔 이교선(50) 씨는 "어릴 때 설날이면 집안의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한 뒤 형제들이 모여 손잡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하러 다녔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찾아오면 덕담도 해주고 예뻐하며 반겨주셨다"며 미소 지었다.
 
설날이면 많은 금액의 세뱃돈은 주는 어른들이나 받는 아이들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무조건 많이 주기보다는 덕담과 함께 좋은 의미를 담아 준다면 더 즐겁고 꽉 찬 설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