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아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겨울 추위가 3월까지 계속되면서 농사용 난방 연료의 사용이 급증하고, 비료 등 농자재 값마저 크게 오를 조짐을 보여 농사 포기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해시 한림면에서 5만여㎡ 규모의 벼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66)씨는 "기름 값 상승에 농자재 값마저 크게 올라 농사짓는 것보다 공사판에 나가 일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김씨는 "좀 있으면 논갈이를 해야 하는데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 트랙터를 쓸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며 "보통 기름값이 뛰면 농자재 값도 오르는데 올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천6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린 김씨가 트랙터 등 농기계를 운영하는 데 들어간 연료비는 200여만 원. 김씨가 최근 농협으로부터 받은 면세유(경유 기준)는 ℓ당 1천34원으로 지난해 3월에 비해 204원이 올랐다. 어림잡아 기름값만 지난해보다 50만 원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농가들의 고통은 더욱 크다. 대동면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조모(46)씨는 "올해는 유난히 추운 날씨가 계속돼 예년보다 난방을 20%정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면세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농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라 아예 토마토 수확을 포기한 주민도 있었다"고 전했다.
 
면세유 가격 폭등과 함께 최근에는 공급량마저 줄어들어 농민들은 겹고통을 겪고 있다. 실제로 김해시 주촌면의 경우 지난해 면세유 공급량이 270만2천ℓ였는데 올해는 244만1천ℓ로 10%정도 감소했다.
 
주촌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모(50)씨는 "유가 폭등으로 농협이 면세유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도 화가 날 지경인데,공급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해 매년 상당량의 면세유가 농민들에게 공급되지 않고 정부로 환원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한국농업경영인협회(김해시 주촌면) 관계자도 "최근 면세유의 공급량이 줄고 가격마저 크게 오른 데다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여서 농민들이 이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지역 한 농협 관계자는 "면세유(경유) 공급량이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며 "정부의 면세유 공급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국제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면세유 공급량이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최근 성명을 통해 농업용 면세유 가격폭등에 따른 각 지자체들의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농민회는 성명서에서 "지난해 3월 780원 대를 유지하던 면세유 가격이 이달들어 1천100원 가까이 올라 농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면세유 가격 폭등은 영농비 급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농가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업인들의 에너지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당초 내년 만료되는 면세유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또 최근 고유가로 인한 농어업인들의 고충 해소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올해 면세유 공급량을 작년 320만㎘보다 37만㎘ 늘어난 357만㎘를 공급키로 하고, 면세유 제공대상 농기계도 현행 37개 기종에다 농업용 로우더,동력제초기를 추가로 포함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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