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면 수안리 수안마을은 김해 시내에서 대동면으로 들어가는 관문에 위치해 있다. 수안마을은 돗대산의 능선이 서쪽 경계가 되어 불암동과 접해 있다. 마을 북쪽에는 수안천이, 동남쪽에는 서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수안(水安)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곳은 신어산과 돗대산의 수맥을 타고 내려오는 물이 맑고 풍부하다. '물이 좋아 살기 편안한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해사람들은 수안마을을 '물안'이라도 불렀다고 한다.

▲ 수안마을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멀리 서낙동강이 보인다.

수안천 상류 '웃담' 대동로 쪽 '아랫담'
돗대산과 서낙동강 사이 지리적 명당
가뭄 때도 물 풍족해 살기 좋은 마을
고속도로 공사 이후 물 줄어 고통 호소

수안마을은 평지가 아니다. 산 능성이에 계단식으로 터를 닦아 논과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을 모두 둘러보려면 제법 경사진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수안천의 남쪽으로 언덕을 따라 형성된 수안마을은 수안천 상류 쪽의 윗마을을 '웃담', 대동로와 인접해 있는 아랫마을을 '아랫담'으로 구분하고 있다.
 
아랫담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손병권(65) 이장과 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손 이장은 "대동면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어 김해 시내와 부산을 오다니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마을 뒤에는 돗대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앞에는 서낙동강이 흘러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대동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주민 김점숙(68·여) 씨는 "가뭄이 심할 때도 땅을 파서 흙을 만져보면 물기가 축축하게 느껴질 정도로 물이 풍족한 마을이다. 어릴 적엔 지금의 부산 지역인 강동, 평강의 사람들도 빨래나 목욕을 하기 위해 수안에 왔을 정도였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평생 생활용수로 썼다.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압력이 세서 수도꼭지를 반만 틀어 놓고 물을 받았을 정도로 물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수안마을의 물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한국도로공사가 수안마을의 땅 13만㎡(약 4만 평)를 편입해 2012년 7월부터 남해고속도로와 대동1터널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물이 모자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마을주민들은 집회를 여는 등 고속도로건설 시행사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농업용수는커녕 생활용수마저 부족해 마을 소화전에서 나오는 물을 보급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수안마을의 고즈넉한 전경. 인근 고속도로 공사로 물이 부족해져 주민들은 논농사 대신 밭농사를 짓고 있다.

수안마을의 물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막걸리 양조장을 세우기 위해 수 년 전 수안마을로 이사를 왔다고 밝힌 한 주민은 "터널 발파 공사를 하면서 아무래도 수맥이 틀어져버린 것 같다. 김해에서 가장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어보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인근에 고속도로 건설이 진행되자 주민들도 하나둘씩 수안마을을 떠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100가구 250명에 이르던 마을 주민들은 현재 70가구 180여 명 정도로 줄었다. 50대 주민이 열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젊은 사람이 귀해졌다.
 
손 이장은 "마을 땅 일부가 고속도로 건설 부지에 편입되면서부터 수안마을은 10년 동안 아기 울음소리 한번 들리지 않는 마을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2002년 김해문화원이 발행한 <김해지리지>를 살펴보면 '봉황이 꼬리를 흔드는 모양의 명당이 수안마을 웃담 뒤에 자리하고 있어 이 마을은 자손이 많을 곳이다'라고 명시 돼 있다. 이 문구를 본 뒤 수안마을의 사정을 살펴보니 안타까움이 더 했다.
 
벼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진 탓에 밭농사를 짓고 있다. 전업으로 농사를 짓는 주민은 이제 거의 없는 실정이다. 수안마을 앞 서낙동강에 '치등섬'이라는 삼각주가 있다. 1934년 7월 22일 대홍수가 일어나 모래가 퇴적돼 자연적으로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7가구가 그곳에서 연근 농사를 짓는다. 손 이장은 "수안마을은 과거 질 좋은 쌀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안 연근이 수안마을에서 유일한 특산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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