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을 유난히 힘들게 보냈다는 사람들이 많다. 겉으로는 웃음 지어도 속으로는 곪아가는 아픈 마음들이 지난 한 해 전국적인 힐링 열풍을 이끌어 냈다. 토닥이고 어루만지는 따뜻한 한 마디가 그리운 삶들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힐링만으로는 삶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 해결되진 않는다. 때로는 넘어지고, 불평하고, 좌절하는 삶 속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가치를 찾고 말(馬)처럼 용기를 갖고 달리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말(言)이 필요한 때다. 말에는 긍정적 힘이 있다. 지치고 넘어진 사람들에겐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 말 한 마디로 차가운 외교현장의 분위기를 녹이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을 풀어낸다. 깎아내리고 헐뜯고 조롱하는 말보다 세워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말이 더 많은 세상, 지혜롭고 아름다운 말들이 가득한 한국사회가 되길 꿈꾼다.
 
마지막으로 끝을 뜻하는 말(末)도 우리 사회에는 필요하다. 끝은 나쁜 것들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비생산적 갈등과 소모적 정쟁으로 병들고 멍든 상처투성이였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 했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지난 한 해 갈등으로 소모한 비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우리나라는 저성장 기조 속에 정책·투자 결정은 느려지고, 산업·노동자들은 늙어가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해에는 힘센 기상의 말을 닮아 힘 있고 용기 있는 한국 사회를 꿈꿔본다.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숨을 고르는 말의 지혜가 있길 바란다. 그리고 한 발짝 한 발짝 점진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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