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여자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반복되는 혈뇨가 문제였다. 일단 응급실에서 방광 세척을 지속했지만 경련과 저혈압이 발생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저혈압에 빠지면 대부분 폐동맥 가지가 핏덩어리로 막혀 산소가 부족하게 되는 폐색전증이 의심된다. 이 때문에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 폐색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사용하게 된다. 당시 환자는 증상 발생 10분 후 생체 징후가 안정됐다. 심초음파 검사 결과 좌우심실의 크기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중환자실로 옮긴 환자는 한 달 정도 지난 뒤 거동은 힘들지만 보호자를 알아보고 입 모양으로 의사 전달을 할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다.
 
길을 걷다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쓰러진 62세 남자가 응급실로 들어왔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해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환자를 이송했다. 급하게 심혈관팀을 호출해 응급 관상동맥조영술과 막혀 있는 좌측 관상동맥을 뚫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환자는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장기간의 집중치료 후 걸어서 퇴원했다.
 
뇌는 4분간 혈류가 공급되지 않으면 파괴되기 시작한다. 10분이 지나면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심폐소생술은 정상적인 뇌혈류의 30~40%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한다. 때문에 신속한 심기능의 회복과 뇌혈류의 공급이 심정지 환자의 소생과 뇌기능 회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의 두 환자는 실제 심정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으나 예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여자 환자는 이전에 비해 뇌기능이 떨어졌고, 남자 환자는 이전과 다름없는 정도의 기능을 회복했다.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살아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예후에 따라 환자의 치료와 간병 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음은 쉽게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추정해보자면, 두 환자의 뇌기능 회복 차이는 '저체온 치료'가 좌우했다고 볼 수 있다. 여자 환자는 소생 후 응급실에서 저체온 치료를 시행했지만 중환자실 입원 후에는 저체온 치료가 연계되지 못했다. 남자 환자는 소생 후 심혈관조영술을 하기 전부터 저체온 요법을 시작했다.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미리 준비돼 있던 저체온 치료 프로토콜에 따라 지속적으로 저체온 치료를 시행했다.
 
2010년 미국심장협회에서 정한 생존사슬의 마지막 단계에는 심정지 후 통합치료가 포함돼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저체온 요법이다. 저체온 요법의 개념은 심정지에서 회복된 환자의 체온을 32~34℃ 정도로 유지하여 뇌의 신경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심폐소생술에서 소생한 환자의 경우 반드시 저체온 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저체온치료연구회'를 중심으로 저체온 치료의 유용성을 홍보하고 있다.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환자의 심장을 살리는 것만으로 환자를 잘 살렸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환자의 뇌기능까지 살려야만 제대로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됐다.
 
환자를 치료해 이전과 같은 상태로 귀가토록 만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보람된 일은 없다. 신이 아닌 인간의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노력에 응답해 살아나준 그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살아나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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