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80~90% 막혀도 안정된 상태에선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징후 안 나타나
갑자기 염증물질 분비 땐 돌연사 위험
심장운동부하·CT·심장혈관조영술 등
보다 정밀한 검사로 진단 후 관리해야


"한 달 전쯤 오랜 친구가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뒤 충격에 빠져 있던 50대 중반의 남자가 건강 검진을 받으러 왔어요. 평소 담배와 술을 즐겼고, 고혈압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어도 제대로 치료 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친구의 죽음 때문에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더군요. 심전도에서 이상이 발견돼 심장초음파를 비롯한 정밀 심장 검사를 받은 결과 심장 혈관이 상당히 좁아져 있었어요. 간혹 가슴에 통증이 있었어도 무심히 넘긴 것이 후회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셈이죠. 친구에 비하면요. 수술 날짜를 잡았으니 말이죠." 조은금강병원 심장내과 심인경 과장의 말이다.
 
추운 계절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심혈관 질환이다. 날씨가 춥고 적응력이 떨어질 때 고혈압이나 허혈성 심장 질환(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허혈성 심장 질환의 경우 평소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심근경색을 일으키거나 돌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기 검진과 꾸준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질혈증 등 고위험 요소를 가진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 건강 검진만으로는 발견 어려워
대부분의 건강 검진에는 심장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심전도 검사가 포함돼 있다. 심장의 전기 신호를 분석해 심장 기능을 평가하는 기본적 검사이다. 모눈종이처럼 생긴 검사지에 심장 박동 리듬이 그래프처럼 나타난다.
 
심전도 검사가 모든 심장 질환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혈성 심장 질환 환자라 하더라도 혈관이 80~90% 이상 좁아지지 않았다면 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겨울철엔 심혈관 질환에 따른 돌연사 위험이 커지므로 노인뿐만 아니라 평소 고혈압·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질환자들은 혈압 조절과 체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은금강병원 심장내과 심인경 과장이 심혈관 질환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다.
심인경 과장은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30~40% 정도 좁아져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염증 물질이 분비돼 혈관을 꽉 막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심전도 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갑자기 심근경색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건강 검진에서 찾기 어려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슴 통증·당뇨·고혈압·고지질혈증 등의 증상이 있거나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사람의 경우 심장초음파 검사를 비롯한 정밀 심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 정밀 검사 필요한 허혈성 심장 질환
심장초음파 검사는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를 이용해 심장 기능의 이상 여부, 심방·심실의 크기와 상태, 판막 등 심장의 구조와 기능 등을 관찰하는 것이다. 선천성 심장 질환, 심장판막 질환, 심부전 등의 심장 질환을 진단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검사 과정에서 환자에게 고통은 전혀 없으며 몇 번이고 반복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 허혈성 심장 질환은 일반적인 심장초음파 검사로는 진단이 안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운동부하 검사를 함께 하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서 심장 혈관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장운동부하 검사는 환자의 가슴에 심전도 전극을 붙이고 팔에는 혈압계를 부착한 뒤 특정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러닝머신 위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혈압, 심박동수, 심전도 등의 변화를 관찰해 운동 중 나타나는 심장과 혈관의 생리학적 반응을 측정함으로써 심혈관계 질환을 진단한다.
 
심장혈관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심장컴퓨터단층촬영(CT)과 심장혈관조영술이 있다. 심장컴퓨터단층촬영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심장을 짧은 시간 내에 영상화하는 것이다. 진단 효율성이 높아 심장컴퓨터단층촬영에서 협착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실제로 협착이 아닐 확률이 100%에 가깝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심장혈관조영술은 카테타(도관)를 대퇴동맥과 요골동맥을 통해 심장 혈관(관상동맥)에 삽입하고 조영제를 주사한 뒤 여러 각도에서 심장 혈관의 해부학적 모양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진단기법이다. 관찰할 심장 혈관의 협착 유무와 정도를 바로 볼 수 있어 협심증이나 허혈성 심장 질환의 원인을 파악한다. 검사 중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내과적 약물치료, 풍선이나 스텐트 등의 삽입, 직접 관상동맥우회로를 이식하는 수술 등으로 이어진다. 피부를 통해 카테타를 혈관으로 넣는 절개 방식의 검사이지만 비교적 안전성이 높다. 검사 중 뇌졸중·심근경색·심한 서맥·검사 후 발열·두드러기·구토·두통·경직·발열·저혈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미 이러한 검사를 통해 치료을 받고 있는 환자들이나 당뇨·고혈압·고지질혈증이 있는 고위험 환자들도 겨울철 심혈관 질환의 급성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기 전에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10분 이상 해야 한다. 또 격렬한 운동은 되도록이면 삼가고, 외출 시에는 옷을 충분히 껴입어야 한다.
 
심인경 과장은 "추운 날씨에는 혈압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과도한 음주는 경계해야 하며 짜고 기름진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는 조기 정밀 검사를 통해 철저히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심인경 과장 조은금강병원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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