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계로얄작은도서관의 천장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그려져 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책을 읽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꿈을 꾼다. 박나래 skfoqkr@
아파트 모든 가구 방문해 동의 받아내
2009년 7월 말 개관 … 장서 7800여권
동화구연·한국사·독서지도·논술 등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양한 강좌


"아파트를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개관한 소중한 도서관입니다."
 
삼계동 동원로얄듀크아파트 정문을 들어서면 관리동이 바로 보인다. 삼계로얄작은도서관은 관리동 2층에 자리 잡았다. 2009년 7월에 개관했다. 장서는 7천800여 권이다.
 

▲ 왼쪽부터 강혜영 운영위원, 박정미 사서, 임순규 운영위원, 박태남 관장.
작은도서관을 만들 때는 도서관준비운영위원들이 아파트 전 세대를 일일이 방문하며 동의를 받았다. 그 때의 일을 운영위원들은 "아파트 라인을 탔다"고 묘사했다. 박태남(42) 관장은 도서관 개관을 위해 아파트 라인을 탔던 운영위원들 중 한 사람이었고, 현재 4번째 관장으로 활동 중이다.
 
"작은도서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입주민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설명했다. 소수의 의견만으로 도서관이 들어설 수는 없고, 또 도서관은 그 지역의 공동체 중심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운영위원들이 모두 열심히 다녔다.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엄마들은 작은도서관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입주민들도 많았다. 이미 자녀가 장성한 가정의 경우는 작은도서관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 도서관이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입주민들에게 설명했다. 결국 입주민들이 동의해줘 도서관 문을 열 수 있었다." 박 관장이 개관 당시의 일을 설명하며 입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는 동원로얄듀크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인근 아파트에 사는 어린이들까지 많이 찾아온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알차게 진행되는 문화 강좌를 들으러 오는 어린이들과 주민들도 많다. 문화 강좌는 동화구연, 그림책 창의활동, 종이접기, 한국사, 오카리나, 클래식, 독서지도, 논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한자, 중국어 기초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참가 연령층도 유아, 초등학생,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강사들도 열심히 가르치고 사서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문화 강좌는 그 어느 곳보다도 잘 운영되고 있다.
 
이 도서관은 학교를 마친 뒤 학원과 공부방을 오가는 인근 어린이들에게는 '베이스 캠프' 같은 곳이다. 김태훈(신명초) 어린이는 "학교에서 도서관으로 바로 와서 숙제를 하고 있다. 숙제 하고 책 좀 읽다가 영어학원에 가야 한다"며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백순호(삼계초) 어린이는 현대아파트에 살지만 이 도서관에 거의 매일 온다. 백 군은 "학교에서 가까워 도서관에 들러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다. 큰 도서관보다 가까운 작은도서관이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임재민, 이수민(이상 신명초) 어린이도 저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임순규(33) 운영위원은 "친하게 지내던 어머니(이정미)가 운영위원을 맡았을 때 제의를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도서관 운영위원을 맡으면서 우리 아이들도 도서관을 친근하게 생각하며 많이 이용하게 됐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혜영(42) 운영위원은 "통영에 살 때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작은도서관이 있어서 아파트마다 도서관이 당연히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개관도, 운영도 쉽지 않은 것이 작은도서관이었다. 2011년부터 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사서와 얼굴을 익혔는데 운영위원 제의를 받았다.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오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 행복해진다"며 웃었다.
 
도서관 근무 3년째인 박정미(39) 사서는 4명의 관장을 모신 사실상의 터줏대감. 박 사서는 "책 읽으러 오는 아이들과 주민들이 한 명씩 늘어날 때마다 기쁘다. 따뜻한 이웃 같은 도서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행복한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계로얄작은도서관은 최근 하늘빛작은도서관, 삼계푸르지오작은도서관과 함께 '막걸리 인문학'을 공동개최한 바 있다. 박태남 관장은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온 주민들에게서 '작은도서관이 뭐하는 곳인지 잘 몰랐다. 책도 많고 내부 환경도 좋아서 놀랐다. 인문학 강의는 정말 인상적이고 의미 깊었다. 앞으로도 이런 강의를 계속 개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작은도서관은 우리들 삶의 공간에 가장 가까이 있는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지역에 꼭 필요한 공간이니 시민들이 주변의 작은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김해의 작은도서관 탐방시리즈는 오는 여름방학 때 다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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