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해식 김해진보연합 상임대표가 오리음식전문점 '예원'의 오리탕을 권하고 있다.
대파·다진마늘·무 곁들여 시원한 국물
누린내 없이 쫄깃하고 담백한 오리고기
깻잎·취나물 등 밑반찬도 정성 가득
냄비 한솥 비우면 몸 후끈 땀 송글송글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닭과 오리를 사육하는 농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내심 불안한가 봐요. 점심 때 오리탕 한 그릇 어떠십니까. 이럴 때일수록 농가의 부담을 조금이나 덜어주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해식(60) 김해진보연합 상임대표와 흥동의 오리음식전문점 '예원'을 찾았다. 가게 정원에는 키다리 장승이 우뚝 서 있었고, 한 쪽에서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었다. 자연의 운치가 느껴지는 예원의 외관은 김성하 사장이 직접 꾸민 것이라고 한다.
 
"분위기가 제법 괜찮죠? 저는 화목동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도 이런 곳을 찾게 되더군요."
 
예원에는 8명씩 들어갈 수 있는 방갈로도 마련돼 있다. 내부 분위기가 이색적인 방갈로는 손님들이 소모임 공간으로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제 대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김해중학교와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당시 김해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0년대부터 농민운동을 전개해왔다.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어요. 가진 땅이 없어 남의 땅에 농사를 지어주고 품삯을 받아가며 육남매를 키우셨죠. 찢어지게 가난했던 터라 장남인데도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꿨습니다. 그때는 그저 저 넓은 김해평야에 내 논 한마지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요."
 
그는 지난 13일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탓에 학창시절에는 단 한 번도 점심을 챙겨 먹지 못했다. 이후 농민들의 서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쌀밥 한 그릇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보다 농민이 수적으로 더 적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죠. 농민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2011년까지 전국농민회 부산경남총연맹 회장으로 활동했고 지금도 농민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 오리탕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채로 식탁 위에 올랐다. 된장을 기본으로 맛을 낸 국물과 대파, 다진 마늘, 큼지막하게 썬 무 등이 먹음직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냄비에 숟가락을 가져가 우선 국물부터 맛봤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소주 안주로 제격일 듯했다. "소주 한잔 하시겠습니까?" 반가운 소리였다. 제 대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를 반주 삼아 본격적으로 오리탕을 즐겼다. 탕 속에는 살이 두툼한 오리고기가 제법 많이 들어 있었다. 퍽퍽하지 않고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탕 속에 다진 마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누린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김성하 사장은 "가까운 오리농장에서 청둥오리를 직거래로 공수해오고 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오리고기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 깻잎, 고추장아찌, 미역나물, 취나물 등 정성을 들여 만든 밑반찬도 맛이 남달랐다. 배추김치는 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해 매일 아침마다 담근다는데, 자꾸만 손이 갔다. 밥 한 공기와 냄비 한 솥을 뚝딱 비웠더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마주앉은 제 대표의 이마와 콧잔등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어서 농삿일하러 가야겠습니다. 모처럼 고기를 먹었더니 힘이 절로 나네요."(웃음)
 
제 대표와 가게를 빠져나오는데 김성하 사장이 붙잡으며 말을 덧붙였다. "오리탕도 맛있지만 우리 가게의 별미는 오삼불고기입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죠. 무, 깻잎장아찌에 오리불고기를 싸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다음에 오삼불고기 먹으러 한 번 오세요."


▶오리전문점 예원/흥동 30-3. 055-336-5204. 오리탕(한 마리) 3만 3천 원, 오삼불고기(1인분) 9천 원, 청둥오리생구이(한 마리) 3만 원, 오리양념구이(한 마리) 3만 5천 원, 오리훈제구이 3만 5천 원, 예원특선(오리구이모듬, 3~4인분)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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