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낮거나 높으면 목과 신경에 무리
목뼈 구조변화·목디스크 등 유발 원인
팔 마비·보행장애 땐 수술 필요할 수도
C자형 경추 유지엔 11㎝ 높이가 적당
탄성 갖춘 스펀지·메모리폼 소재 좋아


사무직 회사원 최 모(34세·남) 씨는 평소 목 뒤가 자주 뻐근해 뒷목을 주무르는 버릇이 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마사지와 찜질을 해도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상태는 점점 심해져 목에 통증이 일기 시작하더니 어깨까지 통증이 번졌다. 병원을 찾은 최 씨는 초기 목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높은 베개를 사용한 것이 원인이었다.


■ 경추 건강과 직결된 베개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는 옛말이 있다. 베개를 높이 베면 명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경추(목) 관련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12년 280만 명으로 5년 전에 비해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베개와 건강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특히 높은 베개는 경추 건강의 최대 적이다.
 

경추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베개가 경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쉽다.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는 만큼 베개가 경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척추 질환은 잘못된 습관이 누적돼 발병하기 때문에 잘못된 베개를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추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베개를 잘못 사용해 경추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신호는 목의 결림과 통증이다. 충분히 수면을 취한 후에도 목과 어깨에 피로감이 몰리고 뻐근하며 통증이 발생할 때에는 사용하고 있는 베개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정상적인 목뼈의 C커브가 반대로 꺾이면서 목과 어깨근육이 밤새 긴장하게 된다. 또 척추 속을 지나가는 척수가 압박됨에 따라 신경활동도 방해받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목의 뻐근함과 통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50~60대에서 목뼈의 구조변화(퇴행성변화), 목디스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너무 낮은 베개도 경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목에 주름이 갈까 염려해 베개를 베지 않거나 지나치게 낮은 베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목뼈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목을 통해 이뤄지는 뇌의 혈액순환을 저해할 수도 있다.
 
아내나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 잠이 드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자세를 7~9시간 정도 지속하면 머리의 무게로 인해 팔 근육에 무리가 가게 된다. 또 한쪽 어깨뼈가 부자연스럽게 고정되면서 목뼈가 비뚤어질 수 있고, 자칫 목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엎드려서 자거나 앉은 채로 고개를 떨어뜨리는 자세도 목 통증의 악화요인이 된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이홍석 과장은 "잠잘 때 경추의 C자 형태 곡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베개를 오랜시간 사용하면 거북목증후군이나 목디스크 등의 원인이 된다"며 "목디스크 초기에는 베개를 바꿔주고 자세를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시기를 놓쳐 질환이 진행되면 튀어나온 디스크가 척수신경을 자극해 어깨와 팔의 근력이 떨어지고 마비까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떤 베개를 선택해야 하나
잠자는 동안 경추의 C자형 커브를 가장 편안하게 유지해주기 위해서는 11㎝ 정도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목은 반드시 받쳐주는 형태여야 한다. 머리·목·어깨를 함께 받쳐주면 척추가 자연스럽게 배열돼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커브형의 베개를 사용할 경우 가장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 부드럽거나 딱딱한 재질은 피해야 한다. 어느 정도 탄성을 갖춰 모양을 유지해주는 스펀지, 메모리폼 등의 폴리우레탄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깃털이나 솜으로 된 베개는 안락함을 주지만 지나치게 푹신하면 경추곡선을 유지하는 데 해가 된다. 좁쌀 같은 경우는 유동성이 너무 좋아 머리를 제대로 받치지 못하며 목침과 같이 너무 딱딱한 것은 목 근육과 골격에 무리를 주거나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다. 목만 받치는 타월말이 베게 등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면 자세에 따라 베개를 달리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옆으로 누워 자는 사람들의 경우 정자세보다 약간 높은 베개를 선택하는 것이 척추와 경추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증상별 치료와 예방법
목디스크로 진단받았을 경우 초기에는 약물요법과 물리치료를 비롯해 근력강화운동, 슬링운동치료(줄을 이용해 균형감각을 키우는 운동), 주사요법 등의 비수술적인 치료도 도움이 된다.
 
약물요법은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사용하며, 물리치료에는 열전기 및 초음파치료, 견인치료, 운동치료 등이 있다. 주사요법 중에서는 국소마취를 통해 입원 없이 시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한 경추신경성형술 및 고주파수행성형술이 효과적이다.
 
목디스크로 팔이 저리고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거나, 신경근 또는 척수 압박 증상이 지속돼 팔에 마비 또는 보행장애가 오면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미세현미경이나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상처의 방법으로 탈출된 디스크를 제거하고 디스크 간격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를 한다. 경우에 따라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척추운동이 그대로 유지돼 움직임이 유연해지며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다.
 
목디스크 수술 후에는 수술 부위에 골유합이 일어나 수술 부위 위 아래 분절운동에 과도하게 힘이 실리고 퇴행성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재활치료와 재활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목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된 자세,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베개 사용은 피해야 한다.
 
이홍석 과장은 "목디스크를 예방하려면 책이나 컴퓨터 화면을 볼 때 가끔 정면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 1시간 간격으로 가벼운 스트레칭을 1~2분 정도 하는 게 좋다"며 "목에 무리가 가는 자세를 삼가고 어깨나 목 뒤 근육을 심하게 사용하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도움말=부민병원 이홍석 척추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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