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보원>에서는 천기와 인사라는 표현을 쓴다. 천기(天機)는 자연히 느끼는 것이고, 인사(人事)는 노력해서 일하는 것이다. 소양인이 세회(세상의 꾸러미)를 본다고 하는 것은 무리하게 힘을 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양인의 감각으로 자연스레 보고 느끼는 것이다. 소양인이 인사에 해당하는 사무를 하는 방식은 다르다. '폐달사무(肺達事務)'라는 표현이 <수세보원>에 나오는데, 소양인이 태양기운이 필요한 일을 할 때 폐에 기운을 모아서 힘써 하는 것이다. 소양인의 사무란 섬기고 힘쓰는 것이다. 마음으로 섬기고, 힘쓰는 것을 일심(一心)으로 하는 모습이 사무이다. 사무에 힘쓰는 소양인의 열정은 실로 대단하다.
 
사무의 모습은 도제식 교육을 떠올리면 쉽다. 최근 JYP나 YG같은 엔터테인먼트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가수가 되기 위해 힘쓰는 현대적인 방식의 도제식 교육도 있지만, 영화감독·만화가와 같은 전통의 도제식 교육도 있다. 영화감독은 촬영감독·조감독 시절을 거치며 메가폰을 잡게 되고, 만화가는 문하생으로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이러한 사무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인물로는 소양인 김일이 있다. 소양인 김일은 성심을 다해 스승인 역도산을 섬겼고 보디가드처럼 따랐다. 혹독한 훈련을 견디면서도 역도산을 섬기고 존경했다.
 
동네 씨름대회를 석권한 28세의 김일은 1956년 일본행 밀항선을 탄다. 일본땅에 닿자 경찰에 잡혀 1년간 형무소 생활을 한다. '프로레슬링을 배우고 싶다'는 끊임없는 편지를 역도산에게 보내어 마음을 얻고, 역도산의 도움으로 풀려나 문하생이 된다. 남들과 같은 기술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역도산의 생각으로 돌과 쇠막대기를 머리로 박는 훈련을 견뎌내며, 혹독한 훈련 끝에 그는 '박치기왕'으로 태어난다. 주무기인 박치기로 1970~1980년대 인기 최고의 프로레슬링 선수가 된다.
 
소양인의 사무의 방식을 <수세보원>에서는 '민달어사무(敏達於事務)'라고 했다. 민첩하고 활달하게 사무를 행한다는 뜻으로 자신의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기세를 몰아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소양인의 기세가 느껴지는 표현이다. 소양인의 섬김과 열정은 실로 대단하여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고진감래는 소양인의 방식은 아니다.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고 감내하는 것은 소양인의 사무와는 거리가 멀다. 마음의 목표와 열정이 섰을 때 소양인은 지극한 본심으로 세상과 사람을 섬기게 된다.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어떠한 역경이든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 문하생 시절, 조감독 시절, 연습생 시절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소양인의 사무능력이라 할 수 있다. 김일은 박치기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되고, 정작 본인은 박치기를 싫어했으면서도 2만 번이 넘는 박치기를 한다. '박치기로 인해 나의 머리는 갈라져 있지만 나의 박치기는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명언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소양인은 쉽게 착수하고 일을 추진하지만, 마무리가 서툴기 쉽다. 또한 외부적인 문제를 열정적으로 하다보니, 집안 일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내부의 사람이 자신을 속이거나 뒤에 가서 문제가 생기다보니 구심(懼心·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러한 두려움은 신장의 기운을 상하게 하여 건망증이 생기기 쉽다. 더욱 두려움이 심해지면 변비가 심해지면서 가슴에 불이 나듯이 답답해지게 된다. 소양인의 건망증 뿌리는 두려움이며, 심해진다면 건강의 적신호로 여기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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