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생이 되는 자녀를 둔 이 모(37·여) 씨는 요즘 들어 걱정이 태산이다. 유치원에는 잘 다니던 아이가 지난 3일 입학식을 치른 후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평소 또래 아이들과 잘 지내고 성격도 활달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매일 배가 아프다며 등교를 거부하는 통에 마음고생마저 심해졌다. 달래고 야단쳐도 해결 방법이 되지 않아 이리저리 알아보니 '어린이 적응장애'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씨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로운 환경에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
우울·분리불안 등 정신적 증상부터
두통·복통·빈뇨 등 신체이상까지 다양

대화·격려·칭찬으로 심리부담 덜어주고
생활습관을 학교에 맞춰 규칙화해야
증상 심해지면 약물·입원 치료도 필요

 


■ 어린이 적응장애 많은 3월 새학기
적응장애는 성인보다는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행동과 말로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 속 상처와 불안한 심리가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욕구를 환경 변화에 따라 적절히 조정하거나 융통성 있게 처리하지 못하고 정서 혹은 행동상의 장애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씨의 경우처럼 아이가 입학 이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학교생활에 대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유치원과는 다른 수업과 학습 내용, 학교 친구들과의 새로운 관계 형성 등에 대한 부담이 클수록 스트레스의 강도가 강하다. 때문에 해마다 3월이면 '새학기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아진다.
 
새학기증후군은 부모와의 분리불안이 심한 초등학교 1학년에게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지더라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새학기증후군이 지속되면 호르몬 분비에 이상을 초래해 성장 발육에 문제가 생기거나 심리 불안으로 성격 형성과 학습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해 한사랑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진규 원장은 "어린이 적응장애는 우울·불안 등의 정서적 증상과 공격성의 증가, 파괴성의 증가와 같은 행동장애, 두통과 같은 정신·생리적 증상 등을 동반하게 된다"며 "입학이나 개학 때 흔히 보이는 학교 거부증을 포함해 두통·복통·분리불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다양한 증상과 치료·예방법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새학기에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어린이 적응장애는 분리불안이다. 애착 대상인 부모로부터 분리되거나 분리될 것으로 예상될 때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일상 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때 흔히 나타난다. 또 지나친 과보호나 의존적 성향을 타고난 경우, 부모가 불안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 갑자기 동생이 생긴 경우, 이사나 전학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등교에 대한 부담감은 악몽과 수면 장애로 나타나 수면 박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잠이 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만 줄어들어도 식욕이 떨어지고 짜증이 늘며 집중력이 떨어져 학교 생활 부적응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부분 수면 형태를 교정해주면 증상이 나아진다.
 
어린이 적응장애는 소변을 참지 못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배변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또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이 생기고, 시도 때도 없이 배 아픔을 호소하거나 불안감과 긴장감이 심해져 틱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분리불안 등 어린이 적응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등교·심부름 보내기·잠자리 분리 등 다양한 인지 행동 치료를 목표로 면담을 하거나 가족·놀이치료 등을 해야 한다. 또 학교 가기를 지속적으로 거부하며 투정을 부리더라도 공감해주고 학교생활의 긍정적이고 즐거운 면을 부각시키면서 격려와 칭찬을 통해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 습관을 학교에 맞춰 규칙적으로 만들어주면 학교 생활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적절한 운동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낮추고 신체도 건강하게 해 자신감을 키워주므로 새학기증후군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며, 더욱 심해질 경우 입원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신 원장은 "초등학교 입학이나 새학기 등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일 수 있는 시기에 적응장애로 상처를 받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신체적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Tip)소아·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 신호
▶장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불안·염려·두려움
▶표정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등의 우울증세
▶갑작스러운 기분이나 행동의 변화
▶지나치게 많은 잠, 불면, 숙면 방해, 잦은 악몽, 아침에 너무 일찍 깨는 증상
▶식욕 저하, 과다 식욕, 급격한 체중 변화, 더러운 이물질을 먹는 이상한 모습
▶지나친 자위 행위, 부적절한 상황에서 신체 부위 노출 등







도움말=한사랑병원 신진규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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