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이 된 딸이랑 영화 '겨울왕국'을 보러 갔다. 요즘 뜨는 노래인 '렛 잇 고(Let it Go)'를 극장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렛잇고는 있는 그대로 놔두라는 뜻이다. 노래 가사를 보면 폭풍이 몰아치는 길을 가더라도 놓아주라는 표현이 나온다. 거친 환경을 이겨내며 도전하는 서양인들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서구사회는 자녀 교육에서도 자립심을 강조하는 편이다. 관련 책을 보면 '렛 뎀 고(Let them go)'라고 해서 일정한 나이가 된 아이를 물리적·정서적으로 놓아주는 일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와 달리 꽤 많은 한국 부모들은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독립시키지 않고 진로와 결혼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운 과정은 한 마디로 '방목'이었다. 딸조차 "열 달 배앓이 해서 낳은 게 맞냐"는 농담을 던질 정도다. 또래들이 대학에 갈 시점이지만 요리학원에서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지역 생활협동조합에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멋지다. 쫄깃한 수제비와 시원한 국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 '묻지마 대학 진학'보다 낫다고 판단했다니 어떤 거창한 신념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재밌는 점은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다. 딸은 행복하다는데 주변 어른들은 여전히 나이에 맞는 '사람 구실'을 강요하곤 한다. 들어보면 남과 비슷한 길을 걸으며 남보다 약간 앞서가는 방법이 오직 정답인 듯하다. 그렇지만 이분들에게 '행복하세요'라고 물으면 과연 얼마나 확신에 찬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틀에 박힌 삶을 꼬집는 가르침은 일찍이 동양에서도 있었다. '경계에 서는 것을 두려워 말라.' '명확하게 구분 짓고 가르지 말라.' 노자 선생이 도덕경에서 한 말이다. 요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이 유행이라던데, 이제는 자녀교육에서도 '사람 구실'이 아닌 '사람답게'를 강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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