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는 잡채 한 번 드셔보세요!" 양민주 김해문인협회 회장이 잡채를 한 젓가락 집어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병찬 기자 kbc@
음식점 입구 야생화 화원 꽃향기 가득
요리강사 출신 주인장 잡채 17년 달인
강원도 산나물로 비벼 먹는 비빔밥
매실엑기스 소스 무·냉이장아찌 군침


"맛있는 잡채 먹으러 갑시다!"
 
양민주 김해문인협회 회장에게 맛집 소개를 부탁했더니 잡채를 먹으러 가자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저런 잔치 때마다 빠지지 않고 상에 올라오는 음식이 잡채이고, 뷔페의 고급음식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음식이 잡채이다. 그만큼 그립고 익숙한 음식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집에서 해먹기는 좀 번거롭다. 그래서 '잡채'라는 말에 군침부터 돌았다.
 
'풍경'은 생림면 나전리 58에 있다. '풍경'으로 들어서려면 비닐하우스를 통과해야 한다. 이 비닐하우스에는 '풍경'의 박순애(58) 사장 내외가 기르는 야생화들이 가득하다. 김해초목회 회원인 박 사장은 전국을 다니며 야생화 공부를 하고 직접 키우기도 한다. 아직 철이 아니라 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들어서는 순간 꽃향기가 느껴졌다. 입구 바로 앞에 놓인 산수유는 꽃을 피웠고, 하우스 안은 금방이라도 새잎과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인 꽃나무와 화분들로 가득했다.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시는 분들은 꽃을 먼저 보셔야만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박 사장은 야생화를 자랑하고 싶어 3년 전에 '풍경'을 열었다. 처음에는 차만 팔았는데 그것만으로는 서운해 음식을 만들게 됐다. 이제는 음식이 주가 됐고, 점심시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 '풍경'의 잡채
주문한 잡채가 도자기 접시에 담겨 나왔다. 양 회장이 잡채를 보며 반색을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잡채를 무척 좋아하셨어요. 어머니가 김해의 저희 집으로 오신다는 연락이 오면 집사람이 만사를 제쳐놓고 잡채 만들 준비부터 했으니까요. 어렸을 적 어머니가 만드신 잡채를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죠. 저도 잡채를 좋아합니다." 양 회장이 잡채를 한 젓가락 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금방 만들어 내온 잡채는 부드럽고 쫄깃한 당면의 식감이 살아 있었다. 짜지 않고 간도 잘 맞았다. 채 썬 한우는 제법 두툼해 고기 맛을 충분히 맛볼 수 있었다. 표고버섯, 목이버섯, 파프리카, 부추, 양파…. 얼핏 헤아려도 동원된 야채가 8가지는 넘어보였다.
 
'풍경'의 박순애 사장은 요리강사 출신이다. "잡채만 17년 만들었어요. 누구보다 자신있는 요리입니다. 우리집 인기 메뉴이기도 하구요." 박 사장은 잡채에 들어가는 야채 등 부재료를 따로 볶지 않는다. 준비된 재료를 한 번에 넣고 볶아서 버무린다. 박 사장은 "잡채를 만들기 위한 특별한 냄비가 있어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잡채를 먹고 있는 사이 비빔밥이 나왔다. 양 회장은 "어머니가 비빔밥도 맛있게 해주셨다"며 비빔밥을 비볐다. 밥 위에 표고버섯, 고사리, 취나물, 목이버섯, 잘라놓은 김 등을 얌전하게 올렸는데 한쪽에 곱게 다진 당근이 보였다. 얼마나 잘게 다져놓았는지, 얼핏 보기에 주홍색 물을 들인 날치 알처럼 보일 정도였다. 실제로 물들인 날치 알을 쓰는 줄 알았던 손님들도 당근이라는 걸 알고 나면 놀란다고 했다. 물기 없이 포실 포실하게 다져놓은 당근, 잘게 썬 나물을 밥과 함께 비벼 한 숟가락 떴다. 모든 재료가 잘 비벼졌고, 골고루 한 숟가락에 담겼다. 긴 나물 줄기가 숟가락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아 먹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았다. 손님들이 먹기 편하게 만들어내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 '풍경'의 산채 비빔밥
비빔밥에 들어가는 산나물은 강원도 산이라고 했다. 야생화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강원도의 지인이 산 중턱에 움막을 지어놓고 직접 야생 산나물을 캐고 말려서 보내준다고 했다. "나물을 삶을 때 약초냄새가 날 정도로 좋은 산나물이 들어간 비빔밥이에요. 시락국도 맛보세요. 사돈이 밀양에서 콩 농사를 지어요. 그 콩으로 제가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끓였어요." 박 사장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국물김치는 여성분들께 인기가 많아요. 분성산 맑은 산물로 담습니다." 함께 곁들여 나온 겨울초 무침은 겨울초가 나오는 계절에만 맛볼 수 있다. 매실엑기스로 만든 소스로 버무렸는데, 향긋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무장아찌, 냉이장아찌도 식사하는 내내 입맛을 돋웠다. 박 사장은 "요리를 할 때 설탕과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매실엑기스로 맛을 낸다"고 말했다. 봄이 오면 매실엑기스를 담고, 봄나물로 장아찌도 담아야 한다. 일 년 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가게 문을 열고 4개월쯤 지났을 때, 너무 힘들어 새벽에 일어나 울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야생화 공부를 하면서 자연과 생태환경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사람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잡채접시와 비빔밥 한 그릇을 어느새 뚝딱 비운 양 회장은 "'풍경'에서 밥을 먹고 나면, 조금 과식을 해도 속이 편안하다.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야생화 전시회에서 박 사장님을 만난 뒤로 이 집을 알게 됐어요. 이젠 단골이 됐죠. 문인들, 포엠하우스 시동인들과 오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회의도 하다가 갑니다. 지인들에게 이 집을 소개하면 모두 만족해 합니다"라고 말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양 회장은 "이 집의 또 하나의 매력은 음악"이라고 귀띔 했다. 그러고 보니 '풍경'에서는 추억의 영화음악과 경음악, 팝송 등이 흐르고 있었다. 박 사장이 좋아하는 음악들인데, 추억의 음악이 듣고 싶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아 우리집 야생화들이 얼마나 예쁜지 못 보고 가셔서 서운하네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하우스 안이 꽃들도 가득 찰 겁니다. 그때 꼭 다시 오세요."


▶풍경/생림면 나전리 58. 한우잡채 1만 5천~2만 5천 원, 산채비빔밥 8천 원. 수제비 7천 원. 풍경약차 1만 원. 대추차 7천 원. 055-332-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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