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10년새 상담 건수 5배 이상 급속 증가
피해내용 상담 주저말고 적극 대처해야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기면 또다른 성폭력 피해자를 낳을 수 있습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여성들이 더 이상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자가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 신순재 소장
김해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신순재(56) 소장의 당부다. 그는 10년 전 창원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서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다 2003년 김해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에서 소장 직을 맡았다. 신 소장은 "처음 상담소를 맡았던 2003년에는 한 해에 200여 건이었던 상담 건수가 지금은 5배 이상 증가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수법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아동 대상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자녀에게 습관적으로 이웃을 도우라고 가르치는 게 꼭 옳은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어른이 부탁하면 '다른 어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세요'라든가 '제가 다른 어른에게 도와드리라고 부탁할게요'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는 먼저 어린이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수법을 쓴다. 예를 들면 '강아지 줄게. 따라가자'고 하거나, 장애인인 척 하면서 '짐을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부모로부터 '이웃 어른을 보면 인사를 잘 하고 말씀도 잘 들어야 한다. 이웃을 도와줘야 한다'는 등의 교육을 받는다. 때문에 어른들이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부탁할 경우 쉽게 들어준다고 한다.
 
신 소장은 모든 피해 예방의 책임을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만 떠맡길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2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추행하려다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김점덕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인 어린이는 배운 대로 '안돼요, 싫어요'라며 저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없는 아이에게 무조건 저항하는 법만 가르친다고 해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는 없다. 안전한 사회는 어른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성폭력상담소는 찾아가는 성교육을 통해 성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한다. 신 소장은 "성폭력 사건 후 한 번도 웃지 않고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앓았던 피해자가 심리치료 프로그램 덕분에 웃음을 되찾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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