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찬 김해시의원이 삼방동의 오리고기전문점 옛고을에서 오리훈제 요리를 맛보고 있다.
김해시의회 김명찬(새누리당) 의원은 이제 그만 정치를 접기로 했다. 다른 다수의 시의원들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회 재도전, 도의회 도전 등을 놓고 머리가 복잡한 상태이지만, 김 의원은 "여기까지"를 선언하고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마음이 편한지도 알아볼 겸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는 삼방동의 오리전문점 '옛고을'을 추천했다.

흔하디 흔한 오리훈제 같아 보여도
마늘만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한입 땐
입안 가득 퍼지는 독특한 매력에 흠칫

10여분 짧은 시간 끓여낸 오리탕
고은 국물의 텁텁함 대신 맑고 시원
14년째 식당 이어져 입소문도 자자

 
김 의원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옷차림은 편했고, 얼굴은 환했다. "식당 주인이 오랜 동네 친구입니다. 음식도 잘 하지만 마음이 편해서 여기로 골랐습니다."
 
옛고을은 인제대학교와 가야랜드를 지나 삼방1동회관쪽으로 들어가면 보인다. 원래 큰 도로 주변의 땅을 세내 건물을 지어 영업을 했는데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바람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김 의원은 "애초에는 오리수육을 주문해놓았다. 음식을 만드는 데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종업원이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 그 바람에 수육을 못 먹게 됐다. 오리훈제로 메뉴를 바꿨다. 이해해 달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리수육? 이 음식은 다른 오리고기 식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차림표를 보니 오리수육의 가격은 4만~5만 원. 오리탕, 오리전골보다 많이 비싼 편이었다.
 
김 의원은 김해중학교-김해생명과학고-창신대학교를 나왔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태광실업이었다. 그러다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경기 침체 탓에 3년 만에 정리를 해야 했다. 그 다음에는 삼방동에서 부인이 고깃집을 운영했다.
 
"그렇게 저렇게 하다 나중에는 활천신용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고, 삼성화재 대리점을 개설했죠. 아내와 함께 영업을 했습니다. 8년 정도 운영했는데 수입도 괜찮았고 연간 1억 원 이상을 벌었습니다. 나중에는 아내에게 대리점 운영을 다 맡기고 저는 부동산에 손을 댔어요."
 

▲ 겨자(머스타드) 소스와 마늘 소스가 곁들여져 나오는 오리훈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반찬이 차려졌고 오리훈제가 나왔다. 옛고을의 오리훈제 소스는 두 가지였다. 겨자(머스타드)와 마늘 소스였다. 마늘만으로 소스를 만드는 집은 찾기 힘든데, 여기에 오리고기를 찍어 먹어보니 맛이 특별히 깔끔했다. 고기를 많이 먹으면 어느 순간 느끼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 마늘 소스는 그런 맛을 잘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시험 삼아 겨자 소스도 맛을 보았다.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흔한 맛이 돼 버렸다. 마늘 소스의 맛을 따라가기는 힘들어 보였다.
 
김 의원은 시의원이 된 사연을 설명했다. 1993년에 뜻있는 이들과 합심해 '건강한사회시민모임(건사모)'를 만들었다. 이사진만 70~80명, 일반회원이 700여 명이나 되는 큰 조직이었다. 그는 사무국장을 맡아 열심히 일했다. 양담배 추방 운동, 신어천 달리기 등의 행사를 열었다.
 
그러던 중 제5대 김해시의원 선거 출마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출마를 고사했다. "제가 출마해서 건사모를 떠나면 조직이 엉뚱하게 변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만이라도 중간 역할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그는 주위의 강력한 권유 탓에 하는 수 없이(?) 6대 시의원 선거에 나섰고, 당선됐다.
 
기자는 시의원을 왜 한 번만 하고 관두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의 답변은 이랬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정 질의, 5분 발언 등을 통해 일을 많이 했다고 자부합니다. 은하사 주차장 문제를 해결했고, 신어천 생태하천 문제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어요. 우선 정치에는 돈이 들더군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30대 젊었을 때부터 정치는 전문적인 직업으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봉사도 하고 내공을 쌓아 시의원-도의원-시장-국회의원 순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나가는 게 옳은 것 같아요. 저처럼 50대에 시작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봉사로 생각한다면 모를까 직업으로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제를 절반쯤 비우자 오리탕이 나왔다. 깔끔하고 시원했다. 해장으로는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고을의 박보경 사장은 "우리집 오리탕은 오리뼈로 국물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리뼈를 24시간 푹 고았는데, 반응이 별로였다고 한다. 지금은 10분 정도만 고아 국물을 만든다고 했다. "집에서 보양식으로 드실 때는 오래 푹 고아내는 게 좋죠. 하지만 식당에서 깔끔하고 시원하게 드시게 하려면 오래 고아서는 안되겠더라구요."
 
옛고을은 2001년에 문을 열었다. 올해로 14년째. 처음에는 집에서 키운 오리를 잡아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5~6년 전부터는 농장에서 공급을 받아요. 집에서 잡아 팔면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타격이 큽니다." 웃고 있었지만 박 사장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김 의원은 요즘 시장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의 사무실에서 일을 돕고 있다.

"아내는 한 번만 하고 말면 섭섭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이제 다시 생업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전에 하던 대로 봉사활동을 할 겁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이 아닌 길보다는 제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게 맞지 않겠어요?" 김 의원의 얼굴에서는 그의 말대로 편안함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옛고을/ 김해시 삼방동 1159. 인제대학교와 가야랜드를 지나 오른쪽. 055-337-5320. 오리훈제 4만 5천 원, 양념구이 3만 5천 원, 오리탕·오리백숙 4만 원, 오리약탕 6만 원. 오리수육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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