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늦둥이를 갖는 것이 유행이 됐던 시기가 있었다. 이처럼 늦둥이를 가지는 것은 '빈둥지증후군'이라고 하는 심리적인 문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빈둥지증후군이란 바깥일에 몰두하는 남편 때문에 주부의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하거나, 자식이 자라 진학·취직·연애·결혼을 거치며 차츰 독립하는 바람에 주부들이 '나는 빈껍데기 신세가 되었다'고 느끼는 심리적 불안에서 오는 정신적 질환이다.
 
빈둥지증후군은 부부가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과정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남펴과의 사별 등의 이유로 홀로 된 주부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진료실에 찾아온 한 주부는 위로 열이 치솟으면서 숨이 차고,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고 짜증스러워진다는 증상을 호소했다. 그 환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윗집의 강아지가 뛰는 소리에도 짜증이 나고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릴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기만 해도 열을 받는다고 했다. 산부인과에서는 갱년기 유사증상으로 보고 호르몬제를 투여 받다가 중단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불면증으로 정신과에서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 주부의 경우도 빈둥지증후군의 한 형태로 요약될 수 있다. 자식은 대학생이라 서울에 거주하고 있었고, 남편과 사별한 이후 자식의 부양을 위해 홀로 일상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이런 빈둥지증후군의 경우 '성욕의 해소 불능'으로 인한 문제로 규정할 수 있다. <동의보감>의 부인문을 보면 '과부나 여승의 병은 부부생활을 하는 부인들과의 병은 다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책은 또 '여승과 과부를 치료할 때는 처방이 다르다. 이 부류의 여성들은 혼자 살기 때문에 음만 있고 양이 없다. 성욕은 있으나 흔히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관계로 몸에 있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상박하여 잠깐 추웠다가 잠깐 열이 났다 하는 것이 학질과 같다. 이것이 오래 되면 허로가 된다. (중략) 과부와 여승은 성교를 하지 못하여 울적하여 병이 생긴다. 증상으로는 바람을 싫어하고 몸이 나른하며 잠깐 추웠다 잠깐 열이 났다가 하고 얼굴이 붉으며 가슴이 답답하다. 맥이 긴하고 촌구까지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남편과 사별한 다른 환자는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다 보약을 지어달라며 내원한 경우였다. <동의보감>의 서술처럼 '성욕의 해소 부재'는 피로로 이어지기 쉽다.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허로(虛勞)'라고 한다. 이러한 환자의 병은 간기가 울결되어 생기는 것이어서 환자의 기운을 보하기보다는 기운이 잘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보약이다. 기운이 부족한 게 아니라, 기운이 잘 흐르지 못하여 생기는 병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 하였던가. 성생활이 너무 지나쳐도 병이 되지만 너무 부족해도 병이 된다. 사별로 인한 빈둥지증후군의 환자는 '성생활의 부족'이라는 문제가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생명이 연장되어 홀로 살아야 하는 기간이 많이 늘어났다. 1인 가구의 증가가 사회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고독감뿐만이 아니라, 성욕의 해소라는 측면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기 쉬울 것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 한방치료가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며, 연잎차를 자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됨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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