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수령을 알 수 없는 회화나무와 오래된 우물이 있습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우리 마을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대동면 괴정리 괴정마을은 백두산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대동톨게이트 진입로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마을 주민은 80가구에 225명.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주민들의 말처럼 마을 서쪽에는 수령을 알 수 없는 회화나무가 하나 서 있다. 10m 정도 높이인 이 나무는 한 쪽으로 굽어 있고, 오래 전 불어닥친 태풍으로 나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해마다 8월이면 하얀 꽃을 피우며 여전히 생기를 내뿜고 있다.
 
8월이면 하얀 꽃 피우는 신령 고목
식수 사용됐던 우물에서 이름 유래
10년 전까지 당산제·새미제 지내
80가구 대부분 노인들…부추 농사

▲ 괴정마을에 있는 괴정우물과 회화나무. 마을 주민들은 몇년 전까지 이곳에서 새미제와 당산제를 지냈다.
나무 앞에는 괴정 샘물이라는 명패가 붙은 우물이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했지만, 지하수가 개발되고 3년 전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마을의 이름은 회화나무와 우물에서 나왔다고 한다. "괴정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회화나무 괴(槐), 우물 정(井)'입니다. 회화나무는 예로부터 악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왔죠. 어릴 적에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나무 기둥 밑에 몸을 숨기면 몸과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우물은 마을 뒷산인 백두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이던 곳이었습니다. 물맛이 달아 어르신들은 우물의 물을 '감수(甘水)'라고 불렀어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마을 어르신들이 정초와 보름 때면 나무에서 당산제, 우물에서 새미제를 지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였죠." 괴정마을 김형수(42) 이장이 회화나무와 우물에 대해 설명했다.
 
괴정마을에는 곳곳에 나무가 많이 서 있다. 마을 동쪽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다. 나무가 선 곳을 피해 집터를 잡은 듯 집과 나무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회화나무 외에 다른 고목도 있다. 김해시가 1982년 11월 보호수로 지정한 팽나무는 마을 중앙에 서 있다. 높이 20m, 둘레 5m로 2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다. 가지들이 고루 퍼져 있어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좌우 대칭을 이루는 아름다운 모양이 돋보인다.
 
"요즘도 여름이 되면 주민들이 팽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더위를 피합니다. 뒤로는 백두산에서 산바람이 불고, 앞으로는 낙동강 강바람이 불어 무척 시원해요. 어릴 때는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천에서 멱을 감은 뒤 나무 밑에서 놀면서 몸을 말렸답니다." 김 이장이 추억에 잠기며 웃는다.
 
괴정마을은 대동면에서 부추 수확량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김 이장도 부추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에서 가장 젊은 김 이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민들은 고령 탓에 부추농사를 접었다. 대신 외지에서 온 몇몇 농가가 부추농사를 짓고 있다.
 
▲ 논과 나무, 집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괴정마을 전경.

"부산 사람들이 괴정마을을 '부추마을'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예전에는 부추 생산지로 유명했어. 구포시장에 부추를 내놓으면 찾는 사람이 많아 반나절 만에 동이 나고 그랬지. 다른 부추에 비해 유난히 향이 진하면서도 식감이 부드러웠어." 괴정마을 노인회 최묘동(78) 회장이 괴정마을 부추를 자랑했다.
 
마을회관에 둘러앉아 황영상(73), 안상춘(77), 한창조(77) 씨 등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 자랑을 늘어놓던 어르신들은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있다고 했다. "마을 앞에 톨게이트가 들어서면서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마을회관 앞길이 아주 위험해졌어. 좁은 길에 차들이 속도를 내고 달리니 말이야. 마을 앞 도로인 국·지도 69호선을 확장한다더군. 그런데 도로를 확장하려면 마을회관을 허물어야 해.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 셈이지. 마을주민들을 위해 새 마을회관을 지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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