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돌연 중단 내막 알아보니

김해시가 태광실업(명예회장 박연차) 소유 토지를 대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던 중, 언론을 통해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돌연 용도변경 중단을 선언했다. 이 와중에 경남도가 1천억 원대의 천문학적 시세차익을 거론하며 김해시에 용도변경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해시는 특혜를 줄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나섰고, 태광실업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해 시민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생림 나전리 일대 석산과 토지 33만여㎡
도시관리 재정비안에 포함해 추진
태광실업 소유 53.6%로 특혜의혹 고개
경남도 "해당 지역 환경 원상회복" 지시
시 "개발이익 환원 후 진행 지시받아"
양측 주장 엇박자 … 언론보도 후 중단


▲ 김해시가 특혜 의혹에 시달려 용도 변경 추진을 중단한 삼계 석산.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 태광실업 땅이 전체의 54%
김해시는 2012년 말부터 김해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김해시가 발표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에는 생림면 나전리 산 162 일원의 삼계석산과 인접 토지 33만여㎡를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 안은 지난해 10월 주민열람 공고를 마친 뒤 12월 시의회에서 통과됐다. 김해시는 환경부 등 관련기관과 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의와의 논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재정비안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이 삼계석산·인접 토지 33만여㎡는 보전관리지역 17만 4천472㎡, 자연녹지지역 10만 4천674㎡, 계획관리지역 5만 1천16㎡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지역의 토지 중 17만 7천256㎡(53.6%)는 박연차 씨가 명예회장인 태광실업 소유다. 나머지 15만2천906㎡(46.3%)는 개인(23.9%), 김해시(16.7%), 경남도 (3.7%) 등이 주인이다. 태광실업 측은 "2005~2008년 10차례에 걸쳐 17만 7천256㎡를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 "용도변경 시세차익 1천174억 원"
삼계석산 부지에 대한 특혜 의혹은 지난해 10월에 처음으로 제기됐다. 당시 새누리당 강기윤 국회의원(창원을)은 국정감사에서 김해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문제와 관련해 경남도에 서면 질문을 보내는 한편 감사를 의뢰했다. 당시 강 의원은 서면으로 "해당 지역은 특정기업 소유의 땅이다. 당초 보전관리지역이었으나 10월 발표된 김해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 안에는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일부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그해 11월 중앙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중앙감정평가법인은 태광실업이 토지를 매입한 시점인 2005~2008년의 땅값은 3.3㎡당 20만 원인데, 2종 일반주거지로 용도변경 될 경우 땅값이 240만 원으로 12배가 오를 것이란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무려 1천174억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경남도는 "삼계석산 일대는 환경파괴지역으로서 원칙적으로 환경회복을 해야 한다. 주거지역으로의 변경은 부적합하다. 또한 기존의 주거지역과 1㎞ 떨어진 지역이어서 도시기반시설 비용이 많이 들어가 토지 이용이 비효율적이다. 해당지역은 환경이 원상회복 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라"고 김해시에 지시했다. 경남도는 지시에 불응할 경우 수사 의뢰하겠다는 방침도 알렸다. 하지만 김해시는 별다른 조치 없이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의 행정절차를 진행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경남도의 지시에 대해 "경남도로부터 특혜 시비가 일고 있으니 시세차익으로 생긴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조치한 뒤 사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남도 관계자는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해시와 경남도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 특혜의혹 보도 하루만에 용도변경 중단
특혜 의혹 파문이 본격화 한 것은 지난 19일 KBS의 보도 때문이었다. KBS는 "자연녹지·보전관리지역에서 2종 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바뀔 경우 땅값이 올라 태광실업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 날 연합뉴스, 경남신문 등 여러 언론이 이를 추가로 보도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특혜 의혹이 일자, 김해시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돌연 용도변경 중단 방침을 밝혔다. 김해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삼계석산 일대는 생림면과 삼계동 도심지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생림면민들의 도시화 요구에 따라 도시화를 앞당기는 차원에서 해당지역을 자연녹지·보전관리지역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도시관리계획을 재정비할 때 일일이 소유주가 누군지를 파악하지는 않는다. 김해의 전체 도시여건을 반영할 뿐이다.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강행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태광실업 측은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3.3㎡당 20만 원에 샀고 240만 원에 팔 수 있다는 보도는 잘못됐다. 실제로는 3.3.㎡당 43만 5천 원에 샀다. 240만 원이라는 판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4일 인근 땅 1만 6천500㎡가 경매에 나왔다. 법원에서 내놓은 감정평가액이 평당 75만 원이었지만 유찰됐다. 실제 가치는 그 이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샀을 뿐이다. 바로 옆에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수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누가 고속도로 옆에 있는 아파트를 사겠는가. 도시계획 변경은 태광실업과 상관없이 김해시가 20년 후를 바라보고 추진한 것이다. 우리가 시에 먼저 요청한 적은 없다. 아무리 선거 직전이라지만 몇몇 언론에서 잘못된 주장을 보도한 걸 갖고 계획을 취소하는 김해시의 행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 "하필이면 박연차 명예회장?"
김해시와 박연차 명예회장의 이름이 함께 거론된 특혜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연차 명예회장은 2012년 김해시 외동 7만 4천200㎡ 시외버스정류장 부지를 신세계 측에 팔면서 수백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해시는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시외버스정류장 부지의 용도를 일반상업용지로 변경했다. 신세계는 지금 그 부지에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백화점, 이마트 그리고 시외 버스터미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 김해시의회 의원은 "왜 박연차 명예회장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것인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라면서 "삼계석산 부지가 태광실업 소유란 사실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태광실업이 이 부지에 수천 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조성하려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김해시가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무능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서 "삼계석산 용도변경 추진…. 젖과 꿀이 흐르는 곳에 철창도 가깝다"며 김해시의 행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시민은 "김해시는 용도변경이 정당하고 거리낄 게 없는데 어째서 언론보도 하루 만에 중단을 한 것인가. 시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 시장선거에 악영향이 초래된다고 판단한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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