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용사회 김해지부 박태진(55) 지부장은 늘 바쁘다. 서비스업의 특성상 남들이 쉬는 날에 일을 하는데다, 평일 남는 시간에는 이용사회 일로 쉴 틈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요일 저녁 밥 때가 조금 지난 시각, 진영에 있는 '통나무오리궁'에서 박 지부장을 만났다.

▲ 한국이용사회 김해지부 박태진 지부장이 곤드레나물이 몸에 좋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밥을 먹고 있다.
담백하고 향이 독특한 '고려엉겅퀴'
단백질·칼슘·비타민A 등 풍부
양념간장과 강된장을 넣고 비비면 제맛
통영 고등어·포항 과메기·강원도 나물
신선한 쌈채소 등 일품 한정식 한상

박 지부장은 "김해 전 지역에 지부 회원이 190명이라 여기저기 안 가는 곳이 없다. 진영에도 회원들이 있어 자주 온다"며 "길을 가다 '해물품은오리'라는 밥집 이름이 특이해 들어와 봤다. 그런데 음식이 아주 맛있고 깔끔해서 계속 오게 됐다"고 통나무오리궁을 알게 된 과정을 전했다.
 
해물품은오리는 통나무오리궁의 예전 이름이다. 그는 "여기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맛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합리적인 비용으로 맛있고 건강에 좋은 밥을 먹을 수 있다.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라며 "매주 화요일 오전 7시에 장유체육공원에서 조기축구를 한다. 전국대회 참가를 앞두고 보양식을 먹기 위해 통나무오리궁에 자주 온다"고 칭찬했다.
 
▲ 곤드레나물밥.
박 지부장의 추천으로 곤드레돌솥밥 정식과 더덕돌솥밥 정식을 주문했다. 통나무오리궁은 오리요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식도 판다. 한정식을 오래 익힌 이유찬(39) 대표의 내공이 엿보이는 메뉴다. 삼천포가 고향인 이 대표는 20세 때 지인의 소개로 대구에 가서 한정식을 배웠다. 그곳에서 허드렛일부터 차근차근 배운 다음 3년 전에 진영으로 와서 밥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오리와 해물을 접목시킨 메뉴를 개발했고, 가게 이름도 해물품은오리로 지었지만 기대만큼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오는 손님마다 최고의 맛이라며 좋은 반응을 나타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오리 한 마리를 다 먹으려면 1~2명으로는 벅차다. 여기에다 해물까지 듬뿍 추가했으니 5명 안팎이 돼야 식당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고심 끝에 이 대표는 한정식의 경험을 이용해 '정식' 메뉴를 개발했다. 돌솥밥에 철마다 바뀌는 반찬을 곁들인 다음 송이, 곤드레나물, 더덕, 갈치, 게장 중 하나를 손님이 선택하도록 했다.
 
박 지부장은 지부장 자리를 내년에도 계속 맡기 위해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쉬고 싶지만 지부가 걱정돼 쉴 수가 없다. 회원들이 조금만 더 참여하고 따라주면 안 나서도 되겠는데 아직은 참여도가 다소 부족하다"며 "예전처럼 면도하고 마사지하는 여성 직원으로 차별화를 할 수는 없다. 기본에 충실해서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와 시대 변화로 인해 이용업 시장이 나날이 작아지고 있지만 맞춤형 양복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최고는 결국 살아남는다"며 "16세 때 '시다'라 불렸던 세발사로 일을 시작한 나처럼 다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살았다. 지금도 그때의 열정으로 서로 단합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곤드레정식이 나오기 전에 반찬으로 과메기, 된장국, 오징어무침, 전, 나물, 쌈채소 등이 나왔다. 어느 것 하나 보통 내공이 아니었다. 특히 케일, 양배추, 미역, 갈치속젓으로 구성돼 바구니에 담겨 나온 쌈채소는 극강의 신선함을 자랑했다. 반찬을 맛보고 있으려니까 돌솥밥이 나왔다. 넓은 그릇을 함께 제공해 밥을 반찬과 함께 비벼먹도록 해놨다. 고슬고슬 잘 지어진 곤드레밥에 달래양념 간장과 강된장을 넣고 무나물을 얹어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돌솥에 부어놓은 숭늉으로 입가심을 했다.
 
고려엉겅퀴라는 학명을 가진 곤드레나물은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향이 독특하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A가 풍부하고 당뇨와 고혈압에 좋아 현대인들에게 아주 적당한 요리재료라고 한다.
 
이 대표는 "한정식은 질 좋고 신선한 재료가 성공의 관건이다. 한정식을 오래 한 덕에 어떤 재료가 어떤 고장에서 잘 나는지를 알고 있고, 그걸 구할 수 있는 인맥도 있다. 고등어는 통영에서, 갈치와 게는 연평도에서, 과메기는 포항에서 가져온다. 고등어는 안동이 유명하다지만 소금과 화학조미료를 함께 쓰고 있어서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달랐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가 통영에서 고등어를 파는 '생활의 달인' 방송을 보고 수소문해서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나물은 강원도에서 골라 산 뒤 영하 20도로 급랭시켜 저장해서 쓴다. 장은 직접 담그고 소금은 전남 신안 것만 쓴다. 화학조미료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적게 넣으려고 노력한다. 우리집 음식은 안전하고 깨끗한 건강식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며 "계절에 따라 어떻게 반찬을 구성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김치, 샐러드, 전, 나물 등 기본 밑반찬 말고는 매주 한두 가지라도 바꾼다"고 덧붙였다.
 
박 지부장은 "이 대표가 새롭게 선보인 정식 메뉴는 가격 대비 맛이 좋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 곤드레돌솥밥 정식은 건강에 좋고 맛있다고 인터넷을 통해 소문이 나서 단체손님이 많다. 읍·면 지역 어르신들이 단체로 자주 온다. 아내도 곤드레밥을 먹으니 소화가 잘되고 변비가 사라졌다며 좋아한다"고 말했다.


▶통나무오리궁(옛 해물품은오리)/진영읍 신용리 255-5. 055-345-5855. 곤드레돌솥밥·갈치구이돌솥 정식 8천500원. 간장게장돌솥정식 1만 2천 원. 대구탕 1만 원. 유황오리주물럭(또는 참숯오리소금구이)+오리탕 3만 5천 원. 오리훈제+죽 4만 5천 원. 프리미엄해물백숙 5만 9천 원. 오리백숙·닭백숙 4만 원. 옻백숙 5만 원. 한방돼지갈비찜 1만 8천~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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