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언 조은금강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아나필락시스'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두드러기·비염 등의 알러지 반응이 아주 심각하게 일어나 호흡 곤란·저혈압 등 생명과 관련된 활력 징후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반응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신체의 특이반응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알레르겐에 의해 면역반응이 일어나면 'Ig(면역글로블린) E'나 'Ig G' 라는 항체가 생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면역글로불린이 다시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비만세포와 염증세포의 표면에서 결합하면서 수많은 화학물질들을 분비하게 된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평활근 수축이나 쇼크 등의 반응을 일으킨다.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수 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나필락시스는 주로 음식이나 약물, 곤충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약물은 주로 진통소염제·항생제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려서도 생길 수가 있다. 신체의 특이반응이기 때문에 같은 벌에 쏘이더라도 A라는 사람한테는 단순 통증이나 가려움만 나타날 수 있는 반면, B라는 사람한테는 호흡 곤란·저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으로는 단순 피부반응으로 두드러기·가려움증·홍조 등이 생길 수 있다. 반응이 심하게 나타날수록 천명음(호흡을 할 때 기관지 수축에 의해 쌕쌕 거리는 호흡음)이 나타나거나 후두 부위의 심한 혈관 부종으로 호흡 곤란이 심해질 수도 있다. 저혈압으로 두통·어지러움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의식 불명 상태에 이르게 된다.
 
피부에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 제재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호흡 곤란·어지러움·의식 불명 상태가 되면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견과류나 우유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피해야 한다. 진통제나 항생제에 알러지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 약물 알러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꼭 약물 성분과 이름을 알아놓아야 한다.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을 때 약물에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야 한다. 응급실에는 의식 불명 상태로 오는 환자들도 있으므로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은 평소 지갑 등에 알러지가 있는 약물을 적어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무릎이 아파 파스를 붙인 뒤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해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도 있었다. 평소 진통제에 알러지가 있는 환자였다. 이런 경우와 같이 약물 복용뿐만 아니라 파스 제재나 연고를 통해서도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 있으므로 약물 성분을 알아놓은 다음 반드시 같은 성분의 약물을 회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아나필락시스는 알러지 반응이 심각한 수준의 상태이다.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의 회피가 가장 중요하다. 또 호흡 곤란이나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생기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 불운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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