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9시께 김해시 내외동 일대. 바쁜 사람들의 발길 사이로 A4용지 크기의 광고전단지 수십 장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자세히 살펴본 광고지 위에는 '양주+비키니+20대 아가씨', '무한서비스'등 반라 여성의 모습과 함께 자극적인 문구들이 넘쳐났다. 이런 광고지들은 D아파트 사거리를 중심으로 집중 살포되어 있다. 이 일대는 학원 수만 200여 곳. 전국 2위를 차지할 정도다. 심지어 학원과 유흥업소가 한 건물에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학원을 마치고 매일 이 거리를 지나간다는 고2 김민수(18.내동) 군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며 "사실 선정적인 사진들 때문에 집에 가서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김해시 내외동의 한 학원가에서 낯뜨거운 성인광고물들이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인근 S아파트에 사는 고등학생 이광민(18.가명) 군도 올해 초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군은 "밤 11시께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주점에서 일하는 누나가 담뱃갑 크기의 명함을 주며 술 한 잔 사줄테니 따라오라고 했다"며 당시의 무서웠던 경험을 떠올렸다.

D 아파트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한 골목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학, 영어, 독서실까지 16개의 학원가가 밀집한 10층짜리 건물 맞은편 상가엔 유흥업소 10여개가 들어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마주보는 두 건물 사이 골목길엔 술집과 노래방을 홍보하는 에어라이트가 20~30cm 간격으로 20여개가 줄지어 서 있다. 오후 10시께가 되자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에어라이트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녔다. 이 인근 독서실에 다닌다는 중학생 김철민(17.삼계동) 군은 "가끔 전단지나 광고물을 보면 어떤 데인지 호기심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해시와 각 동사무소의 단속은 겉돌고 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에는 음란 퇴폐 광고물의 제작 및 설치, 배포자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김해시도 '옥외 광고물에 관한 조례'로 광고에 대한 처벌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단속은 전무하다.

김해시내외동사무소 도시관리계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불법 유해 광고물 유포로 형사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다.

이 때문에 지난 1일엔 아동.여성인권연대가 김해시 내외동과 장유면 등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청소년 불법 유해 광고물의 강력한 단속과 행정조치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 연대 권경희 회장은 "현재는 단속이 간헐적으로 있다"며 "건강한 주거와 교육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시민단체로서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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