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동상동 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강영(37·외동) 씨와 김옥란(34·장유면) 씨가 운영하는 중국인 서비스센터가 있다. 비행기 티켓 예매 대행을 주로 하고 가게 한편에는 슈퍼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 곳엔 도움을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한국말이 서툴러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회사에서의 부당한 대우 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자기 일처럼 나선다. 웬만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곳은 '만남의 장소'로 통한다.
 
무엇보다 손님을 편안하게 대했다. 센터는 모든 게 '셀프'였다. 커피 한 잔을 자판기에서 뽑는 것부터 자리에 앉기까지.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손님들도 부담이 없었다. 티켓 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김 씨는 "모르는 사람도 여기서 금방 친구가 되고 정보도 나누고 간다"며 "편하게 대하니 손님들도 입소문을 많이 내 우리도 좋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센터를 연 뒤로 김 씨는 벌써 명함을 3번이나 찍어냈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 2009년 장유의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시작됐다. 고향도 같은 중국 연길이다 보니 말도 잘 통했다. 강 씨가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장유에 슈퍼를 차렸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한국에 시집온 중국인들은 한국에 적응하느라 중국 음식을 잘 먹지 않았고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많아야 30~40명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한중법률신문 김용선 대표 이사를 알게 됐다. "김해에는 슈퍼나 식당은 많은데 제대로 된 여행사가 없다"는 허 사장의 충고에 강 씨는 귀 기울였다. 그러나 자금이 없었다. 그러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 씨에게 제안했다. 그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같이 해보자."
그 때부터 사전조사에 나섰다. 서울은 물론 외국인들이 몰려 있는 안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았다. 한중법률신문에 찾아가 티켓 대행업무과 관련된 자문을 구했다.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안산에서는 슈퍼에 어떤 물건을 파는지, 어디 제품인지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들은 "우리들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고 했다. 특히 강 씨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한 강 씨는 지난 2005년 한국에 온 이후 고생만 했다. 식당일만 3년, 일이 서툴다고 쫓겨나긴 수십 번이다. 시부모님과 마찰도 있어 맡겨 놓은 딸(11)도 자주 보지 못한다. 남편은 중국에서 일한다. 그는 돈을 많이 벌어 딸과 함께 지내고 싶다. 그런 강 씨를 지켜보던 김 씨가 말했다. "서울이나 인천에서 지내는 외국인들이 김해로 많이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기업도 많고, '기회'가 많은 도시니까요."
 
조용했던 분위기도 잠시, 다시 가게엔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함께 있으면 늘 즐겁다고 말하는 이들. 지난 15일 만난 이들에게는 힘든 시간 속에서 항상 희망을 찾는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