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왕과 허황후? 저 두 사람은 무슨 관계야?" "남편은 왕인데, 부인은 황후라고?"
 
지난 주말 부산도시철도 연산역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일일까.
 
김해시는 연산역에 제38회 가야문화축제 홍보판을 내걸었다. 이 홍보판은 축제의 공식 포스터를 활용해 만든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 대저역에도 이 홍보판은 내걸렸다. 홍보판에는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영원한 사랑의 길'이란 축제의 주제가 선명하게 인쇄돼 있다. 김해지역 곳곳에 부착된 공식 포스터에도 '허황후'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다. 그러나 김해시가 지난 13일 개최한 축제설명회의 소책자와 각 언론사로 보낸 보도 자료에는 '허왕후'라는 단어가 찍혀 있다. 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의 경우, 공식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는 '허황후'라고 하고, 상세 축제일정에서는 '허왕후'라 쓰고 있다. 어느 게 맞는 표현일까.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왕후'라고 되어있는데, '황후'는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가락국기를 보면 허왕후의 이름이 '허황옥'인데, 이 때문에 혼란이 생긴 것일까.
 
가야문화축제 제전위원회 측은 "오랜 세월 '허황후'라고도 불러왔다. 왕후의 격을 높여서 부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해시 문화예술과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지금까지 허왕후, 허황후라는 명칭이 혼재되어 왔다. 다음부터는 '허왕후'로 쓸 것이다"라고 밝혔다. 문화예술과는 또 "인쇄물이 나오고 난 뒤 '허황후'라고 된 걸 알았는데, 다시 인쇄하려면 추가비용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대로 두었다"고 덧붙였다. '허왕후'가 옳은 표현이란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한 공무원은 기자에게 "당시에는 수로왕이 황제로 불렸을 수도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허황후'라 쓰는 것도 맞지 않겠느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허황후라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로왕을 황제라 부른 역사적 기록이나 그런 주장을 담은 논문이라도 혹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공무원은 우물쭈물 했다.
 
이처럼 김해시에서부터 두가지 명칭을 두고 헷갈려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인터넷 블로거들과 각 언론매체들이 '허왕후'와 '허황후'를 혼재해 사용하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지 싶다. 참고로 김해의 토박이들은 '해반천'을 '하반천'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정확한 뜻을 몰라 하반천이라 부른 것을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불러왔다고 해서 공식 인쇄물에 하반천이라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은 가야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김해시와 경남도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그 노력 속에는 가야와 관련된 작은 이름 하나까지도 올바르게 사용하는 일도 포함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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