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리 농촌의 '재산 목록 1호'는 단연 소였다. 소는 집안의 큰 일을 치르거나 자식들의 학비 때문에 목돈이 필요했을 때 가장 먼저 처분되는 재산 가운데 하나였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값어치가 높다 보니 식탁 위에 소고기가 한 점이라도 들어간 국이 나왔다면 집안에는 특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생림농협 유통·판매 직접 해 품질 우수
강원도 횡성 참숯 공수해 '불'도 자신
석쇠 달군 뒤 '30초+20초'로 구워내면
육질 연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 더해 

▲ 김해농촌지도자연합회 김명수 회장이 생림한우점의 장점을 설명하며 고기를 먹고 있다.
지금도 음식 혹은 외식거리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소고기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숯불에 살짝 익혔을 때 빨간 육즙이 배어나오는 소고기 구이다.
 
생림면 마사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농촌지도자김해시연합회 김명수(69) 회장은 농사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농사를 짓던 부모를 따라 소를 키웠고 논, 밭을 일궈왔다. 젊은 시절에는 철도청에서 근무했지만 농사일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소를 잘 안다. 김 회장은 "소고기 한 점 먹으러 가자"며 '생림한우전문점'으로 안내했다.
 
한림면과 생림면은 김해에서 소가 가장 많이 사육되는 곳이다. 생림면에서 사육되는 소만 약 1만 1천 마리에 이른다. 생림농협은 생림면에서 생산되는 소를 유통시키기 위해 2011년 4월 생림한우전문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생림면에서 기른 1+ 등급의 암소만 취급한다. 생림농협이 유통에서부터 판매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
 
식당 1층은 곰탕, 육개장, 밀면 등으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2층은 숯불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손님들은 식당 입구 오른쪽에 놓인 냉장실에서 직접 고기를 선택해 계산을 한 뒤 2층으로 가 1인당 '채소값' 4천 원을 따로 내고 고기를 구워먹으면 된다.
 
김 회장은 부산, 창원, 하동 등지에서 30년 넘게 역무원으로 생활했다. 24시간을 근무하면 다음날에는 쉴 수 있는 근무체제여서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늘 있었다. 짬짬이 시간이 나면 언제나 땅을 가꾸고 씨를 뿌렸다. 벼, 딸기 등 안 해본 농사가 없을 정도다. 2000년 12월 그는 한림면 한림정역 역무원 생활을 끝으로 명예퇴직 했다.
 
역무원 생활을 마감한 뒤 김 회장은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집중했다. 그는 "농사에는 정년이 없다. 땅에서 자라나는 식물과 곡식을 보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그가 맡고 있는 농촌지도자연합회는 젊은 농촌경영인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체다. 김해농촌지도자연합회에는 현재 46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연합회는 농사 교육을 시키는 것 외에 읍·면 단위별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백김치, 파절임 등 밑반찬이 차려지자, 김 회장은 안창살을 불판에 올렸다. 안창살은 갈비와 내장을 잇는 안심살의 옆 내장을 붙들고 있는 근육이다. 창문 커튼 윗부분의 주름살이나 신발의 안창처럼 생겼다고 해서 안창살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소 한 마리당 1.2~1.8㎏ 정도만 생산되는 귀한 부위다.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단맛 때문에 인기가 있다.
 
▲ 독특한 식감 때문에 인기 있는 안창살.
수저가 놓인 곳을 보니 생림한우를 맛있게 먹는 법이 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석쇠를 충분히 달군 뒤 고기를 30초 동안 굽는다. 육즙이 올라온 고기를 딱 한 번만 뒤집고 다시 20초만 기다렸다가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생림농협 김태훈(54) 전무는 "소고기는 어떻게 굽느냐, 어떤 숯불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특별히 숯불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는 강원도 횡성영농조합법인에서 참숯을 가져와 쓰고 있다"고 전했다.
 
식당 측의 설명대로 고기를 굽고 났더니 김 전무는 "소고기 본래의 맛을 느끼려면 참기름장이 아니라 소금에 찍어 먹어야한다"며 소금을 건넸다. 소고기 한 점을 살짝 소금에 찍어 입 안에 넣었다. 육질은 무척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해갔다. 암소는 수소에 비해 근육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수소보다 육질이 연하고 육즙이 많아 맛이 더 낫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젓가락질이 바빠졌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생림면 마사리 마사1구에 있는 김해시텃밭농원을 관리하고 있다. 텃밭농원을 마사1구에 유치하고 나서부터 마을이 밝고 환해졌다고 한다. 그는 "평생 농사를 지어봤기 때문에 처음 텃밭농사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안다. 작물이 커가는 모습,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시민들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FTA로 인해 우리 농업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쌀이 제일 문제다. 앞으로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쌀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농업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칼국수로 식사를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김 전무가 말했다. "생림한우전문점에는 등심, 안심, 갈비살, 낙엽살 등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많이 준비돼 있습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생림농협 생림한우전문점/생림면 봉림리 572-7. 055-323-9270. 곰탕·육개장·밀면 등 5천500~6천 원. 등심·안심·갈비살·낙엽살·채끝은 시세에 따라 2만~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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