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리는 시대다. 암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질병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환경의 반영물이다. 위생이 불결하던 시절에는 자궁경부암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암이 많았고, 빈곤의 시기에는 결핵이 흔했다. 암 또한 현대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질병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발병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과 생활까지 힘들게 만드는 암은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
 

■ 암과 음식, 항암 냉장고
고기·버터·베이컨, 대장·유방암 등 유발
짠 음식 위암 요인 … 채소·두부 채워야

▲ 환경질병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를 멀리 하고 스트레스를 적당히 해소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되는 요즘에는 식습관이 질병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뭘 먹느냐에 따라 20~30년 후 질병 발생 유형이 확 바뀌기 때문이다. 짜고 삭히고 절인 음식을 먹던 '전통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지만, 그들이 미국에 이민 가 낳은 2세대들은 지방질 과잉 섭취로 대장암에 많이 걸린다. 이탈리아의 경우 채소와 식물성 기름을 많이 먹는 남부 지역이 묵힌 음식을 많이 먹는 북부보다 암 발생이 적다. 민족적 체질보다 우선인 것이 음식이다.
 
냉장고 안이 고기·버터·베이컨 등 고지방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 냉장고'이다. 그런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냉장고라는 뜻이다. 젓갈·장아찌·절인 생선이 가득하면 '위암 냉장고'가 된다. 반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 요구르트, 두부·콩과 같은 음식으로 꽉 차 있으면 '항암 냉장고'가 될 것이다.
 

■ 암 발생률은 음주량에 비례
술 많이 마시면 식도암·위암 위험 커
여성은 알코올에 취약해 발병률 높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공개한 각 나라의 수명 연구 자료를 보면, 한국인은 술 때문에 약 11.1개월 가량 수명이 단축된다. 여기에는 간질환이나 술로 인한 심혈관질환 영향도 있지만 암 발생도 무시할 수 없다. 과음이 생활화되면 식도암, 대장암, 간암 등 각종 암에 걸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앤드리어 베네데티 박사는 13종류의 암환자 3천64명과 건강한 사람 507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독주를 하루도 쉬지 않고 거의 매일 같이 마시는 사람은 일주일에 한 잔을 마시거나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식도암 발병 위험이 3배 높았다. 또 일주일에 1~6잔 마시는 사람은 위암 발병 위험이 6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에 좋다는 포도주도 적당량을 넘어 마실 경우 결장암과 방광암 위험이 상당히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은 "여성은 알코올에 더 취약하다.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될 때 독성물질을 유발하는 항체가 남성보다 더 많기 때문"이라며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알코올 독성물질을 더 많이 발생시키므로 암 발병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 모든 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흡연
거의 모든 암 발생 위험도 높이는 담배
식습관·알코올 소비량에도 큰 영향

담배 연기에는 62가지 발암물질이 있다고 한다. 한 해에 5만 명이 담배가 원인인 폐암과 각종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흡연 후 30년 정도가 지나면 폐암 발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1980년대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던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 와서 폐암 사망률 1위를 낳았다. 이 밖에 흡연은 구강암, 후두암, 방광암, 위암 등 거의 모든 암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 담배를 끊고 15년 정도 지나야 비흡연자 수준으로 건강 상태가 회복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금연해야 한다. 게다가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설탕류의 당분이나 지방질 음식, 술을 많이 먹는 반면 몸에 좋은 과일·채소나 해산물 등은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서상연 교수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 4천851명을 대상으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식습관을 비교한 결과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보다 상대적으로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즐겼다.
 알코올 소비량도 흡연자가 많다. 흡연 남성의 14.9%가 일주일에 4회 이상 소주를 마신 반면 비흡연자는 그 비율이 9.1%에 그쳤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고 싶고, 담배를 피우면 술이 더 마시고 싶어진다. 중독성 있는 물질끼리 더 당기게 하는 이른바 '점화(기폭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 암 예방과 연결되는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 지속되면 면역기능 떨어져
취미생활·운동 등으로 제대로 풀어야

스트레스는 내분비계를 활성화해 신체방어 작용인 면역계에 변화를 일으킨다. 암 발생 가능성이 큰 사람이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기능이 떨어져 다른 사람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암환자에겐 대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암에 걸리기 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이혼, 사별, 실직, 고부 갈등, 회사에서의 과로 등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무장해제시킨 것이다.
 
스트레스는 복합적으로 발암 효과를 일으킨다. 우선 스트레스는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부른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은 흡연, 과식 혹은 잦은 음주 등 암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성 약화도 암 발생과 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몸의 면역기능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그렇지만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다만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풀어야 한다.
박 부원장은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이 짧을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량이 감소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취미생활을 개발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등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가볍게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조절법이 암을 막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도움말=메디체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남지부 박철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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