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사국제학술회의 어떤 내용 담을까

김해박물관서 가야문화축제기간 개최
대성동고분박물관 "중국서 직접 유입"
반박 논문·발표 등 비상한 관심 몰려


▲ 일반적인 로만글라스 병. 대성동 91호분에서 발견된 조각은 이 병에서 둥근 점선 부분이다.  
"대성동 91호분 유리기(로만글라스)의 출토는 중국 삼연과 가야의 교류를 의미한다."(대성동고분박물관) "삼연에서 신라를 거쳐 전해졌다."(박천수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 "삼연에서 고구려를 거쳐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조준걸 중국 길림대학 교수)
 
제38회 가야문화축제 기간 중인 11~12일 국립김해박물관 강당에서 제20회 가야사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금관가야의 국제교류와 외래계 유물'이다. <김해뉴스>가 국제학술회의를 앞두고 미리 입수한 각 논문들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대성동 91호분 로만글라스의 유입 경로를 놓고 학자들끼리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성동 91호분 로만글라스는 대성동고분군 7차 학술발굴조사(2012년 6월 4일~9월 26일)에서 발굴된 가야의 유물이다. 발굴 당시에는 유리병 손잡이 조각의 형태로, 도굴 때문에 약 5㎝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대성동고분박물관 운영담당 송원영 학예사는 지난해 3월 유리병 손잡이의 성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91호분에서 발견된 유리 조각은 로만글라스와 같은 성분이면서 신라보다 70년이나 앞선 것으로 밝혀졌다. 금관가야가 중국 삼연을 통해 독자적으로 입수한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천수 경북대학교 고고인류학과 교수는 11일 '고대 동북아시아 유리기의 고고학적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해 대성동고분박물관의 주장을 반박한다.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고대유적에서 출토된 유리기의 이입 경로 및 역사적 배경을 살핀 결과, 대성동 91호분 출토 유리기는 신라를 경유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종래 중국에서 직접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던 일본열도의 유리기 역시 신라를 통해 유입됐다는 것이다.
 
조준걸 중국 길림대학교 교수의 주장은 또 다르다. 그는 12일 발표하는 '4~5세기 한반도 서북지역 삼연계 고분의 고구려화 과정'이라는 논문에서 삼연과 가야 사이에서 고구려가 연결고리였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논문에서 서북한 지역(황해도)의 안악 3호분과 덕흥리 벽화고분 등 4~5세기에 조영된 무덤의 변화 양상을 통해 당시 삼연계 주민들이 고구려화 되는 과정을 설명했다. 서북한 삼연계 주민은 6세기 전반에 고구려 사회에 최종 편입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대성동고분군 출토 유물과 삼연, 고구려 계통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 대성동 91호분에서 발견된 조각
박 교수와 조 교수의 논문 발표가 끝난 뒤 12일 오후 1시 30분부터는 이주헌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이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당연히 로만글라스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는 발표자 전원과 조윤재(인제대) 교수, 하승철(경남발전연구원) 연구원, 유우창(부산대) 교수, 심재용(대성동고분박물관) 학예사 둥이 참가한다.
 
한편 이영식 인제대학교 역사고고학과 교수는 11일 '김해 대성동고분군 출토 외래계 유물의 역사적 배경'이라는 논문으로 주제 발표에 나선다. 그는 "가락국 전성기인 가야 중기(3세기 말~4세기 말)에 대성동 91호분 로만글라스와 88호분 진식금동대금구 등 국제적 교류를 보여주는 유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서 이러한 유물들이 유입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고고유물과 문헌사학의 접목을 통해 가락국의 국제적 교류를 복원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부산박물관 홍보식 학예연구관은 '외래계 유물로 본 금관가야의 국제교류와 사회구조'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기원전후부터 3세기 전반까지 낙동강 하구의 대외 교류는 김해 양동리고분군 집단이 중심이었으나, 4세기말 이후에는 대성동고분군 집단이 중심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4세기 말 이후 고 김해만 입구(봉황동유적)와 거제도 등지로 교역의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노도시마글라스 공방의 요시미즈 츠네오 대표는 '동아시아의 고대 유적의 로만글라스의 출토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대성동고분군에서 출토된 로만글라스의 전파 경로 탐색을 위한 기초적 작업으로서 고대 일본의 유적에서 출토되는 글라스의 계통이 신라·로마계 문화에서 중국·사산조페르시아 계통으로 변화했음을 추적한 연구를 소개한다.
 
일본 후쿠오카 시 매장문화재조사과에 근무하는 구스미 다케오 씨는 '하카다 무역의 성립과 해체 재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일본 야요이 시대에 하카타만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하카타만 무역론에 관한 연구사를 정리한다.
 
전립곤 중국 요녕성 문물고고중심 소장은 '금령사 건물지 성격에 대한 재검토'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은 중국 동북부 모용선비가 세운 삼연 시기의 유적인 금령사 건물지의 연대 추정과 성격 등을 연구하고 있다. 대성동고분군 출토 유물 중에는 삼연과의 관련이 언급되는 것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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