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자신의 이름으로 된 방 한 칸 없이,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의 치료비를 자신의 월급으로 충당했던 의사가 있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우는 고 장기려 박사 얘기다.
 
인제대박물관은 지난달 4일부터 시작된 특별 전시 '새로 들어온 유물들'에서 그의 월급봉투와 월급을 전시하고 있다. 봉투에는 '1979년도 8월분 봉급'이라고 쓰여 있다. 총 급여액은 33만2천원. 이 중 축의금 명목으로 7천원이 제해지고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3장과 1천원짜리 27장, 총 32만7천원이 남아 있다.
 
이 월급은 장기려 박사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처음에는 인제대 경리과의 실수로, 후에는 장기려 박사가 "다음에 찾아가겠다"며 약속을 자꾸 미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경리과에서 보관하다가 지난 2007년 인제대 박물관이 만들어지면서 장 박사의 차남 장여구 씨의 동의 하에 기증됐다.
 
장기려 박사는 환자들에게 특이한 처방전을 써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 건강이 부실해진 환자에게 "이 사람에게는 닭 두 마리 값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보내시오"라는 내용의 처방전을 써 줘 직원들을 당황시켰다.
 
인제대 박물관 관계자는 "정작 장 박사 자신은 부산 고신대 복음병원 옥상에 딸린 20여 평의 옥탑방에서 홀로 살았다"며 "사망 당시 통장잔고는 1천 만원이었으며, 그마저도 모두 자신의 간병인에게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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