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인경 조은금강병원 심장내과 과장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실산이라는 물질에서 비롯된 아스피린은 진통·해열제의 대명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최근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대판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아스피린은 뇌와 심장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암과 치매 예방 효과의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5년 동안 20~30대의 건강한 남자 의사 2만 2천여 명에게 아스피린과 위약을 각각 나눠 먹여 연구한 결과, 아스피린 그룹에서 심장병 발병이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아스피린을 복용한 경증 뇌졸중 환자 600여 명에게서도 뇌졸중에 의한 사망이 31% 줄어들었다. 또한 뉴질랜드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피린은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기는 정맥혈전증을 29% 감소시킨다고 한다.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아스피린 복용자가 미복용자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40% 가량 낮았다. 미국의 다른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남성 1천여 명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 그룹의 전립선암 발병률이 4%로 미복용 그룹의 9%보다 크게 낮았다. 다른 연구에서는 유방암 위험이 28%까지 감소하였고, 피부암과 폐암 발생률도 감소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아스피린은 진통·해열 목적으로 먹을 때는 500㎎ 이상 고용량으로 투약할 수 있지만, 심장병·뇌졸중 예방 등의 목적으로 매일 복용하고자 할 때는 100㎎ 저용량 용법이 권장된다. 아스피린을 하루 200㎎ 이상 먹을 경우 100㎎ 이하로 먹을 때보다 심한 출혈이 일어날 확률이 배 이상 높았다. 반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놀라운 효능에도 불구하고 아스피린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속쓰림이나 메스꺼움 등 가벼운 부작용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인 위궤양, 위장출혈, 뇌출혈, 다른 내장에서의 출혈 등이 있다. 그 외에 피부나 알러지 반응, 신장 장애, 간 손상 등도 우려되는 부작용에 속한다.
 
가장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 출혈의 경우, 아스피린이 위장에서 위점막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위산에 의해 위벽이 쉽게 다치게 되고 혈전 생성도 억제하므로 피가 쉽게 멈추지 않게 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위장관 출혈이 있었거나 출혈성 뇌졸중, 출혈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스피린을 피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중년 이상의 남성이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 당뇨병 환자들은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통해 득과 실을 상의한 뒤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