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2006년부터 추진해온 강변여과수 사업은 처음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량 부족 탓에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수질 문제까지 겹쳤다. 일부에서는 애초부터 추진해서는 안되는 사업이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강변여과수 사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2006년 당시 설계 자문 "실패 훤히 보여"
투과력 낮은 '딴섬' 토질 고려하지 않고
강에서 먼 유럽방식 집수정 고집도 화근
암노니아성질소·칼슘·망간 등 기준 몇배
별도 정화시설 필요하지만 비용 엄청나


■ "수량부족 책임"-"설계대로 했다"
2006년 김해시가 강변여과수 사업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하루 평균 18만t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업은 ㈜대우건설과 지역 업체인 ㈜대저건설, ㈜경보가 맡았다. 사업 장소는 생림면 마사리 낙동강 딴섬이었다. 2010년 2월에는 당시 김종간 시장이 사업장을 방문해 다른 공무원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변여과수를 직접 마시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김해시는 또 같은 해 5월에는 '2013년부터 수돗물 원수를 강변여과수로 바꾼다. 이에 걸맞은 김해 수돗물 이름을 공모한다'고 공고를 내 이름을 '찬새미'로 정하기도 했다.
 
강변여과수 사업은 벌써 8년째를 맞았지만 집수량은 김해시가 생각한 목표량에 못 미치고 있다. 사업을 통해 취수하는 물의 양은 하루 평균 12만 7천t으로 목표치보다 하루 평균 5만 3천t이 모자랐다. 김해시는 집수량을 더 늘리기 위해 집수정을 3개 더 뚫기로 했지만 1곳만 뚫고는 포기했다. 땅 속에 있는 물을 뽑아내는 강변여과수의 특성상 집수정을 늘린다고 해서 집수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시공사를 상대로 대한상사중재원에 손해배상 중재 신청을 했다. 수량 부족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다. 김해시는 총사업비 666억 원 중 372억 원을 시공사에 지급한 상태다. 김해시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설계대로 했으니 준공해 달라'고 했지만 김해시는 집수정을 더 뚫으라고 요구했다. 시공사들이 이를 거절해 상사중재를 진행하고 있다. 요구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2010년 김종간 전 김해시장이 생림면 마사리 딴섬의 강변여과수 개발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암모니아성질소·철·망간 등 검출

김해시가 집수량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수질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가 최근 실시한 강변여과수 수질검사 자료에 따르면, 강변여과수에서는 암모니아성질소가 최대 1.9㎎/L 검출됐다. 수돗물 검사 기준치 0.5㎎/L의 3.8배다. 암모니아성질소는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분뇨 등으로 오염됐다는 지표가 되는 성분이다. 병원성 미생물을 수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정수장의 수질 검사 때 먹는 물 수질 기준 59개 항목에 포함돼 있다. 1994년 부산 수돗물 악취 파동의 원인은 바로 암모니아성질소였다.
 
칼슘, 마그네슘도 평균 377㎎/L, 최대 411㎎/L 들어있음이 확인됐다. 칼슘과 마그네슘은 적당하게 함유돼 있으면 건강에 좋지만 지나치게 많을 경우 물의 경도가 높아진다. 이른바 '센물'이 돼 커피 등이 잘 녹지 않고 두부처럼 응고가 필요한 작용에 쓰기 어렵다. 마사리 강변여과수의 경도는 평균 115.8㎎/L, 최대 173㎎/L으로 나타나 수돗물(삼계정수장 82㎎/L, 명동정수장 81㎎/L)보다 훨씬 높았다.
 
한편 석회암지대인 단양의 경우 활성탄·황산 주입 설비 등을 통해 칼슘, 마그네슘을 여과하고 있다. 역시 석회암지대인 삼척에서도 229억 원을 들여 마평정수장 연수화사업 시설을 만들어 칼슘, 마그네슘을 걸러내고 있다.
 
창원에서 강변여과수 문제를 집중 거론해온 창원시의회 박철하 의원은 "경도가 90㎎/L를 넘으면 마실 수는 있지만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는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도가 높은 물은 세탁기나 보일러, 그리고 공장의 기계를 망가뜨린다. 경도를 표류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주로 나노NF 여과막을 쓴다. 시설비가 많이 들고 막을 갈아줘야 하므로 유지비도 비싸다"고 주장했다.
 
마사리 강변여과수에서는 철, 망간도 발견됐다. 수돗물 검사 기준에 포함되는 성분이다. 기준은 0.3㎎/L다. 철이 들어간 물에서는 떫은맛이 난다. 망간은 물 색깔을 갈색으로 만든다. 지난해 추석 기간 중에 강원도에서 붉은 수돗물 소동이 일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조사 결과 정수장에 유입된 철, 망간이 수돗물 정화에 사용되는 염소와 함께 산화작용을 일으킨 게 원인이었다.
 
박 의원은 "철과 망간을 처리하려면 활성탄여과를 비롯한 고도정수 처리가 필요하다. 강변여과수를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만들 때는 큰돈이 들어가지만 고도정수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운영비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창원의 경우 포기 반응조 같은 신설비가 필요하다. 김해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김해시가 공개한 '김해시 정수장 2월 수돗물 검사 결과'에 따르면 마사리 강변여과수에서 검출된 암모니아성 질소, 철, 망간이 삼계정수장과 명동정수장에서는 아예 검출되지도 않았다. 경도는 82㎎/L과 81㎎/L로 마사리 강변여과수 경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 "강변여과수 사업 애초부터 무리"
김해시의 강변여과수 사업은 애초부터 수량과 수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시에서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애초에 사업 자체가 무리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06년 당시 설계 자문을 맡았던 영남대 환경공학과 김승현 교수에 따르면, 마사리 강변여과수 사업은 공사 이전부터 수량 부족과 수질 문제가 지적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물이 잘 통하는 땅인 유럽에서는 강에서 100m 넘게 떨어진 곳에 집수정을 뚫는다. 미국에서는 강에서 가까운 곳에 뚫는다"면서 "생림면의 땅은 물이 잘 통하지 않는다. 지질을 고려했을 때 유럽 방식보다 미국 방식이 적합하다. 강에서 가까운 곳에 집수정을 뚫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 먼저 소개된 유럽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사업이 실패했다. 유럽식 채택에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업예정지 토질의 투과력이 낮아 수량 부족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김해시가 설계사인 D엔지니어링에 정식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상사중재를 신청한 이유는 이처럼 초기에 설계사의 뜻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수질 문제도 애초에 지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6년에 수질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해시가 말을 듣지 않았다. 강에서 먼 곳에 집수정을 뚫으면 농경지에서 들어온 암모니아성질소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생림면의 지질은 유기물 함량이 높다. 물이 집수정으로 오는 과정에서 철과 망간이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철하 의원은 "산업화로 인해 땅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이면서 지하로 스며드는 빗물이 줄어들어 도시마다 지하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강변여과수를 계속 뽑아 쓰면 점점 더 생산량이 줄어든다. 그래서 20년이 지나면 다시 집수정을 뚫어야 하는데 비용도 들어가고 농업용수도 고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함안군 강변여과수 담당부서 관계자는 "암모니아성질소와 철은 기존 정수시설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망간은 오존설비가 필요해 새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수량 문제가 없지만 김해는 강의 하류라서 개흙이 많아 투과율이 떨어지므로 생산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 강변여과수·강물 섞어서 처리?
김해시 관계자는 강변여과수의 수량, 수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변여과수를 표류수(강물)와 섞어서 정수할 계획라고 밝혔다. 배합 비율은 강변여과수 70% 표류수 30%다. 앞으로 김해 인구가 늘어날수록 표류수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강변여과수와 표류수를 섞은 다음 정수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강변여과수와 표류수에 필요한 정수 과정이 각각 다르므로 각각 정수한 다음 합치는 게 비용과 시간이 덜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당장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강변여과수 정수시설을 추가로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라는 말들도 하고 있다. 강변여과수를 표류수와 섞어 염소 처리로 정화할 경우 철과 망간이 산화돼 상수도 관로의 부식이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해시 정수과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정화시설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수장을 새로 지으려면 추가로 수백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김해시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쏟아부은 돈이 아깝더라도 강변여과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무원은 "강변여과수와 강물을 섞는 방식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김해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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