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면 명동리 두례마을은 한림면 중심부에서 남동쪽에 낙산마을과 불티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두례는 한자로 '두례(斗禮)'라고 쓴다.
 
삼계동을 지나 한림면을 가로지르는 김해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명동삼거리에 이른다. 명동삼거리에서 500m 정도 되는 곳에서부터 두례마을이 시작된다. 곳곳에 자리 잡은 공장들 때문에 마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겨우 마을 입구를 찾았다. 길을 따라 심어진 벚나무 한 그루에 벚꽃이 만개했다. 바람에 꽃이 날려 꽃비가 내렸다. 벚꽃을 보며 감상에 젖어들려니 나무 뒤로 마을회관이 보였다.
 

▲ 두례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에 심어진 벚나무.

물 풍부하고 농지 넓어 20만평서 농사
정·이·배·최 4개 성씨 예의로 오순도순
마을 '통샘'·수백년 수령 회나무 전해
면장도 5명 배출 …"공장난립 안타까워"

따뜻한 봄볕에 몸이 나른해질 무렵 두례마을 배호순(61) 이장을 만났다.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자신을 거쳐 아들까지 4대가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한다.
 
하루에 쌀밥 한 끼라도 먹으면 행복했던 시절에 두례마을은 쌀과 물이 풍부해 한림면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었다. 배 이장은 "두례마을은 '예의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래 정씨, 전주 이씨, 분성 배씨, 흥해 최씨 등 주로 4개 성씨가 마을에 모여 살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약 20만 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농사를 짓고 살았다. 배 이장은 "마을 사람들 중 밥을 굶는 사람 없이 대부분 하루 세 끼를 잘 챙겨 먹었다. 워낙 농사를 많이 짓다보니 쌀은 늘 남아돌았다"고 말했다.
 
▲ 과거 두례마을에 풍부한 물을 제공했던 '통샘'은 현재 농경지로 변했다.

쌀농사가 잘 됐던 건 풍부한 물 덕분이었다. 배 이장은 "마을에 '통샘'이라고 불린 샘 하나가 있었다. 수원지는 알 수 없지만 여름이면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겨울이면 훈훈한 물이 그곳에서 넘쳐흘렀다"고 설명했다. 옛날에는 볏짚이나 기와로 만든 집보다 목재로 만든 집을 찾기가 더 쉬웠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부유했기 때문이었다. 마을을 돌아보니 오래된 목재 건물 일부를 개·보수해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배 이장은 "두례마을에서는 한림면 면장도 5명이나 배출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5명의 면장 중 1940년대 제6대 면장이었던 고 최대성 씨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좌우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당시, 한림면에서도 평범한 농민들이 빨갱이로 몰렸어요. 당시 면장이었던 최 씨가 앞장서서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린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죠. 아주 의로운 분이었답니다."
 
배 이장은 통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길목에서 마을회관과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회나무(회화나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했다. 1960년대 땅거미가 내려앉는 저녁이 되면 지금의 마을회관 자리에서는 '가나다라' 한글을 외는 소리가 동네에 퍼졌다고 한다. 마을회관이 세워지고 난 뒤에는 배 이장의 아버지 고 배종록 씨가 저녁마다 한문을 가르치기도 했다. 마을회관은 마을의 문화센터나 다름없었다.
 
▲ 두례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정자.
마을회관에서 건물 옆으로 비스듬히 서 있는 회화나무가 나타났다. "회화나무 아래는 동네꼬마들의 놀이터였어요. 음력 7월 15일 백중에는 나무 아래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앉아 그네를 뛰고 윳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죠."
 
통샘 터에 도착했다. 통샘은 낮에는 동네 아낙네들의 빨래터였고, 밤에는 동네 목욕탕이었다. 그때 통샘이 있던 자리는 지금 농경지로 변했다. 백로와 왜가리가 개구리, 미꾸라지를 잡으며 한가로이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배 이장은 "통샘에서는 지금까지도 물이 흘러나온다. 그 때문에 농기계가 빠져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을의 옛 흔적을 설명하던 배 이장은 각종 공장이 난립해 옛 모습을 잃어버린 마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50년 전 생긴 명동벽돌공장이 두례마을에 가장 먼저 생긴 공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죠. 그때부터 하나둘씩 공장이 생기기 시작했죠. 지금은 두례마을의 옛 모습을 그려보기 힘들 정도로 마을이 공장에 잠식돼 버렸습니다. 지금 두례마을에 살고있는 사람의 3분의 2 이상은 부산, 창원 등지에서 온 외지인들입니다. 옛 두례마을의 모습이 그립네요."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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