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생물다양성 위해 곡선화를"
시 "홍수 위험"… 계획확정 앞두고 대립


율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계획 확정을 앞두고 환경단체와 김해시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무늬만 생태하천 복원일 뿐이지 실제로는 경관정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김해시는 치수의 중요성과 주민 여론을 거론하며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율하천은 현재 하천의 자연성을 잃은 상태다. 주변에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직선화 공사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벽면은 콘크리트로 발라져 있어 다양한 생물이 살기 어렵다. 율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율하천 상류 관동동의 신안교~관동교 1.38㎞ 구간에 덮인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자연석 등을 깔아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천 외형 복원, 제방 및 호안 개선, 조경 계획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비 100억 원 정도를 투입해 오는 2016년 완공할 예정이다. 김해시는 지난해 9월과 10월, 지난 2월에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달 중에 개발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 율하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앞두고 복원 방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관동동 신안교에서 바라본 율하천.

이에 대해 '율하천을사랑하는시민모임'과 '대청천 생태하천조성 시민모니터링단' 등 시민단체들은 김해시의 계획이 무늬만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며 실제로는 경관 정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은 생물 다양성 부족이다. 하천이 직선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의 물길이라도 곡선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이런 점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민모니터링단의 이영철 총무는 "물길을 더 휘게 만들고 큰 돌을 넣어야 한다. 큰 돌이 들어가면 물이 자연스럽게 휘어지고, 돌 뒤쪽에 흙이 퇴적돼 생물 다양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유속 조절을 위해 설치하는 낙차공(보)이 너무 높아 물고기가 지나가지 못하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전문가 A 씨는 "낙차공 높이가 4.5m면 한 번 내려간 물고기가 다시 올라갈 수 없다. 율하천의 생태축을 단절하는 낙차공을 비스듬한 형태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해시는 낙차공 상류에 정기적으로 물고기를 방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해시는 인근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하천 양쪽에 포장 산책로를 만들고 나무 데크, 의자, 타일 벽화 등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생태 복원과 거리가 먼 타일 벽화나 개나리 식재, 나무 데크 같은 시설 대신 수변식생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또 "김해시가 석연찮은 이유로 율하천에 천연색이 아닌 보라색 돌을 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라석'이라고 불리는 이 돌은 주촌면에 있는 한 회사가 공급한다. 다른 자연석과 달리 보라색이어서 자연하천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이 돌은 대청천에도 깔았다가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청천 주변을 자주 걷는다는 장유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대청천 보라석을 보면 인공적인 느낌이 강렬하다. 게다가 지금은 곰팡이가 핀 것처럼 지저분해졌다. 그렇다고 보라석의 공급 가격이 다른 자연석보다 저렴하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의 지적에 대해 김해시는 무리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율하천이 현재 직선화돼 있는데다 양 옆 도로 사이의 하천 폭이 좁아 물길 곡선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낙차공의 경사도를 낮추려면 길이가 80m는 되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홍수 방지 기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이지만 기본적으로 치수가 더 중요하다. 환경단체 말대로 복원하면 홍수기에 유속을 조절할 수 없어 하천이 굽어지는 관동교 부근에서 범람할 위험이 있다"면서 "신안교, 덕정교, 관동교 아래쪽을 보면 지저분해서 어떤 형태로든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시설을 넣고 안 넣고는 김해시 조례에 따라 생태하천복원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최윤영 기자 c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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