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6·4 김해시장 선거에 나선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14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허점도 김해시민법률무료상담센터 소장, 이유갑 새희망김해포럼 이사장, 원종하 인제대 교수는 이만기, 김정권 후보를 맹렬히 비난한 전력이 있다. '철새 정치인' '해당 행위자' '고작 씨름 선수'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었던 것이다.
 
이들의 당시 발언을 한 번 살펴보자. '김해시장은 ×나 ×나 막 나와도 되는 곳인 줄 아는가. 씨름선수가 아니면 김해시장 할 만한 사람이 없는 줄 아는 것인지 자신을 좀 돌아보고 깊은 숙고를 하라. (3월 3일 허점도 소장)' '2010년 김해시장 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공천권을 남용한 결과 야당에 시장자리를 넘겨줬다. (3월 11일 이유갑 이사장)'….
 
이 이사장과 원 교수는 이른바 '깨끗한 후보 연대론'을 내세우며 이만기, 김정권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해 후보단일화를 하자고까지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새누리당 인사들로부터는 자해 행위를 한다는 질타를, 새정치민주연합 사람들로부터는 제대로 할 말을 한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런데 그토록 냉혹하게 이만기, 김정권 후보를 몰아세우던 이 인사들의 언행이 달라졌다. 아무리 이해관계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는 게 정치인들의 세계라고는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이들이 1차 여론조사에서 '컷오프' 되자 제각각 느닷없이 이만기, 김정권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이사장은 김정권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의 지지선언문을 보자. "김정권 후보는 오랫동안 새누리당을 지켜왔다. 경쟁력이 있고 시장으로서 적합하다는 충정의 마음을 전한다." 김 후보 때문에 새누리당이 4년 전에 김해시장 자리를 잃었다며 비난했던 목소리는 온 데 간 데 없다.
 
허점도 소장은 이만기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이 후보는 겸손한 사람이고 약자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사람이며, 소시민적인 사람이다. 53만 도시에 대한 안목과 정책의 비전이 있으며 김해 사랑의 열정이 대단한 인물이었다"고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나 ×'라고 했던 사람에 대한 평가가 급변한 것이다. 원 교수도 이만기 후보 지지를 공언했다.
 
컷오프 된 정치인들이 같은 당의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아름다운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후보 자리를 놓고 싸울 때는 '막말도 이런 막말이 없다' 싶을 정도로 비난을 퍼부어놓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들을 치켜세우고 있다. 유권자들을 '졸'로 보는 게 아닌 다음에야.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