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애 부관장이 명이 장아찌 위에 고기를 얹어 쌈을 싸고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고기를 맛있게 먹고 난 다음, 된장찌개로 마무리! 요즘 식구들과 자주 가는 집이에요."
 
김해여성복지회관 윤영애(48) 부관장이 내동의 '한우 다림방'으로 안내했다. 숙성한우구이, 갈비탕, 한우육회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었다.

달군 돌판 위에 함께 얹어 '자글자글'
명이나물과 함께 한쌈 싸기만 해도 군침
옹기밥·돌판된장찌개로 깔끔 뒷마무리


다림방 입구에서는 작은 야생화 꽃 화분들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바로 옆이 도로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꽃들. 휴대전화로 꽃들을 촬영하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옛날 전화기, 타이프라이터, 재봉틀, 양철도시락 등 한 세대 전에 우리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진열대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풍금도 한 대 자리 잡고 있었다. 훌쩍 세월을 넘어, 가난했지만 인정 많았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향집에 온 것 같은 정겨운 느낌이죠?" 윤 부관장은 다림방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한우갈비살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갈비살과 함께 노루궁뎅이버섯, 황금비늘버섯이 담긴 접시가 나왔다. 그런데 숙주나물이 가득 담긴 그릇이 함께 나왔다. 이 숙주나물을 어떻게 먹으라는 걸까? 다림방의 도옥현(42) 사장은 돌판을 먼저 달구더니 불을 약간 낮춘 다음 숙주나물과 갈비살을 함께 얹었다. 한쪽에는 버섯도 올렸다. 도 사장은 "숙주나물은 해독작용을 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좋다. 돌판에서 익기 때문에 쉽게 물러지지도 않고, 고기의 잡냄새도 잡아준다. 여러 가지로 연구를 해본 결과 이렇게 조합을 하게 됐다. 숙주나물을 더 달라고 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숙주나물은 대동면의 한 농장에서 매일 아침마다 그날 사용할 양만큼을 보내준다고 했다.
 
윤 부관장은 "처음 왔을 때는 숙주나물을 두고 어떻게 할지를 몰랐는데, 아삭한 맛이 고기와 잘 어울려 요즘은 매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관장은 김해 토박이이다.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던 남편을 만나면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했다. PC가 처음 보급되었던 시절에는 도스, 포트란, 베이직 등의 프로그램을 익혔고, 김해시에서 진행한 시민정보화교육의 강사로 10년 정도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날 고등학교 시절 교련교사였던 장정임 관장을 만난 걸 계기로 여성복지회관의 일원이 됐다. "오래 전 여성복지회관에서 허황옥축제를 진행했는데 그때 사진전, 시화전 같은 축제 프로그램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녔죠, 여성복지회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게 성격에 꼭 맞아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여성복지회관의 업무는 폭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002년부터 여성복지회관에서 일하고 있는 윤 부관장은 "사무실의 책상들 중에서 내가 앉아보지 않은 자리가 없더라"며 지난 시절을 떠올렸다.
 

▲ 옹기밥과 돌된장찌개 상차림.
윤 부관장이 "샐러드를 한 번 맛보라"며 접시를 내밀었다. 샐러드는 과일을 갈아 만든 소스로 버무려 낸 것이었는데 그 상큼함 때문에 젓가락이 자꾸 갔다. 샐러드 소스는 도 사장이 직접 만든다고 했다.

고기는 일등급 한우만 사용한다고 했다. 도 사장은 진영에서 보쌈집을 8년 정도 운영하다가 올해 내동에 다림방을 열었다. 그는 사찰요리, 다도 등 음식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계속 해왔다고 했다.

갈비살이 익자 윤 부관장이 명이나물 위에 양파, 숙주나물, 고기 등을 얹어 쌈을 쌌다. 손놀림을 보고 있는데 군침이 돌았다. 기자도 그렇게 한입 싸서 먹어보았다.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에 숙주나물의 아삭함이 더해지니 별미였다. 고기를 다 먹고 나니 옹기밥과 된장찌개가 나왔다. 도 사장이 고기를 구워먹던 돌판의 온도를 조금 높이더니 된장찌개의 재료를 부었다. 이내 찌개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구수한 냄새를 피워 올렸다. 옹기밥은 자그마한 옹기솥으로 밥을 지은 것이었다. 다림방은 옹기밥을 짓기 위해 특별한 기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이 기계를 사용하는 곳이 다림방밖에 없다고 했다. 다림방에는 12시쯤 점심식사 손님들이 들어와 갈비탕, 돌된장정식, 육회비빔밥들을 찾는데, 오후 6시부터는 저녁식사를 겸해 술자리를 갖는 손님들이 많다고 했다.
 
▲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풍금과 옛 물건들.
윤 부관장은 "여성복지회관에서 10여 년 동안 경험한 것들은 값진 것이었다. 딸아이가 대학 시절에 존경하는 사람을 파워포인트(PPT)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주제를 '우리 엄마'로 정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일하는 모습, 일상속의 모습을 사진으로 정리해 발표했는데, 학생들이 울었다고 한다. 교수님이 '니가 이쁜 게 엄마를 닮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 들으면서 더 바르게 더 예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딸아이가 그때 만든 자료를 내가 갖고 있다. 나도 딸아이가 결혼할 때 '내 딸'이라는 PPT를 만들어 딸을 울리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맛있는 식사로 힘을 얻었으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며 웃었다.


▶다림방/내동 1127의 4(빕스 맞은편) 055-327-3392,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한우모둠(100g) 1만 4천 원, 한우갈비살·한우등심(100g)과 한우숙성등심(100g) 1만 7천 원, 한우생육회(150g) 1만 5천 원, 한우등심버섯전골정식(3인) 3만 8천 원, 갈비탕 8천 원, 한우육회비빔밥 8천 원, 돌된장정식 6천 원, 포장판매=갈비탕(2인 이상) 8천 원, 돌된장(2인 이상) 5천 원, 구이류는 3인 이상 주문가능.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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