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아름답다. 신비롭다. 궁금하다. 만져보고 싶다. 동화도 생각나고 신화도 떠오른다. 김동균(42) 작가의 작품 '여성'은 나무를 깎아 만든 큰 공작기계처럼 보인다. 작은 손잡이를 돌리면 톱니바퀴가 여러개 맞물리면서 큰 원판이 돌아간다.
원판에는 여성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삶이 조각돼 있다. 한 여성의 삶이면서 동시에 한 우주이다.
작품 아래 부분에 여성을 도자기로 만든 관절인형이 달려있는데, 이 부분도 움직인다. 이 작품에는 그림도 있고, 조각도 있고, 공작도 있다. 도자기도 있고, 목공예도 있다. 김동균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다.

▲ '행복을 꿈꾸는 아티스트' 김동균이 작업장 선반 위를 장식한 작은 작품 하나를 들어보이며 묻는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김동균의 작업실은 가야컨트리클럽 인근 신어산 계곡 아래에 자리 잡은 영운마을 입구에 있다. 2003년 외동에서 처음 작업실을 열었는데, 두어 번 옮긴 후 2009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검은 차광막이 덮인 큰 비닐하우스 작업실이다. 작업만 하는 곳이다. 그래서 작업실은 목공실 같은 느낌이 든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이 태어나는 작업실인데, 그래도 무슨 비밀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작업실 양쪽에 놓인 선반에는 구상한 작품에 사용하기 위해 꽃, 물고기, 사람 등을 빚어 만든 작은 도자기 작품들이 숨어 있다. 한쪽 구석에는 다듬어놓은 목재들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한 목공실처럼 보이지만, 이곳에서 김동균이 상상하고 꿈꾸는 것들이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 구체화된다.

도자기·용접·조각 등 다양한 재료 이용
사람과 세상의 가장 근원적 이야기 표현
여성 메시지 주제 '객체'로 첫번째 전시
여행·아이의 일상과 행복 주제 준비


김동균은 부산 구포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는 구포 둑을 마음껏 뛰어다녔고, 강변에서 놀았다. "낙동강이 제겐 고향처럼 편합니다. 어렸을 때는 두어 번 강에 빠져 죽을 뻔도 했지만, 낙동강은 제게 어머니 품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슴이 답답할 때면 낙동강을 바라봅니다. 그러면 가슴이 탁 트여요."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방학숙제로 그림을 제출해 담임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했다. 판화를 만들어 붙인 종이에 다시 그림을 그린 것이었다. 판화도 그림도 다 놀라운 실력이었다.
 
▲ 김동균의 작품 '객체'.

중학교 때도 미술부에서 활동했다. 방과 후 미술부실에서 3시간 정도를 꼼짝도 않고 그림을 그렸다. "긴 시간 그림을 그렸는데도, 제 생각에는 5분 정도 지난 것으로 여겨졌어요.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어두운 밤 미술부실을 나와 밤바람을 맞으면 시원했고,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활짝 웃었다. 그는 중학생 때 부산시민의날 기념 미술대회에서 유화를 그려 중등부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그 상을 받고 나니, 선생님들도 다 인정을 해주셨고, 어머니도 제가 미술 쪽으로 진로를 정하리라 생각하셨죠."
 
부산공예고등학교 회화과로 진학해서도 그는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았다. "2학년 때 선생님께서 80호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하셨어요. 80호, 100호도 그렸어요."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낙동강을 건너 김해로 일일 스케치여행도 다녔다. "다리를 건너면 김해였죠. 혼자서 스케치북 한 권, 물 한 통 들고 구포다리를 건너 그림 그리러 자주 김해엘 왔어요. 하루 종일 낙동강 주변과 김해들판을 걸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풍경이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 그림 그리고, 또 걷곤 했지요." 낙동강과 김해들판, 작은 마을들은 소년 김동균이 가장 즐겨 찾은 그림 소재였다.
 
그는 고교 졸업 후 경남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2학년에 복학한 뒤로는 왠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가 없어지대요. 저만이 할 수 있는 다른 작업,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을 시도해보자 싶었죠. 그래서 미술과 관련된 다른 분야들을 혼자서 열심히 배웠어요. 사진, 도자기, 용접, 조각, 목공 이런 분야들을 혼자서 배우기도 하고,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철공 공장에서 일도 해 보았구요. 독학하고, 훈련하고, 연습하다보니 되더라구요."
 
▲ 김동균의 작품 '낚시'.

그는 사람,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가장 근원적인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을 쉽게 말하자면 '작가의 작품세계'라 할 것이다. "내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대학 4학년 때쯤 마음속에 정리가 됐죠. 그 메시지를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작품에는 페인팅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도교수님께서 이런 식으로 계속 작업이 가능할지 걱정도 하셨죠. 하지만 요즘 저를 만나면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십니다."
 
그의 대학시절 전공은 서양화였다. 그러나 나무, 도자기, 철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을 보면 서양화가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가 없다. 물론 작품에 페인팅이 있기는 하지만.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도 잠깐 머뭇거렸다. "글쎄요. 장르를 파괴하는,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은 2005년 마산 대우갤러리에서 열렸다. 주제는 '객체'.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다. 자신의 이야기, 특히 여성에 대한 메시지를 주로 다뤘다. 이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여성'도 1회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이다. "제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아마 자신들의 이야기를 떠올렸을 겁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만져보고, 작동해보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때 그 때 비로소 제 작품이 완성되는 겁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전시회의 주제인 '객체'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두 번째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주제는 '여행'인데 사실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삶이 힘들 때 신비롭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그 세상으로 가는 상상을 하죠. 그 상상의 여행을 표현할 겁니다."
 
두 번째 전시회를 위해 만들고 있는 작품들을 미리 보자. 물고기를 타고 꽃밭 위를 유유히 날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고기 기차를 타고 밤하늘을 날기도 한다. 큰 물고기를 타고 별빛을 쫓아 날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보는 동안 미소가 절로 머금어진다. 정말 이런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전시회 계획도 짜여 있다. 세 번째는 그림책 전시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다 보고 나면 한 권의 그림책을 읽은 느낌이 들도록 스토리를 구성했다. 한 아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표현할 생각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를 말해주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미술작품은 시각적 감동을 주어야 하지만, 테크닉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생각,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지요. 작품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길 바랍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행복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등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과 관람객들에 던지는 질문을 표현하고 싶어요."
 
▲ '물고기 안에 물고기', '여성', '방울'. (왼쪽부터 시계방향)김동균은 어린이들도 알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전체 주제는 '사람'과 '행복'이라고 말했다. "초기의 작품이 한 작품에 많은 광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부터는 개별 작품으로 주제가 분리되고, 더 세밀해졌어요. 저는 어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제 작품을 만져보면서 '재미있다'고 말할 때 행복합니다."
 
그는 작업을 하는 한편 구산동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미술학원을 열고 있다. "먹고 살아야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초등학생들하고 그림 그리는 거, 재미있어요. 제 수준이 아이들하고 맞는가 봐요." 그러고 보니 재미있고, 흥미롭고, 행복한 것을 끊임없이 찾고 표현하는 그의 마음은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꼭 닮았다. 그는 '행복을 꿈꾸는 아티스트'이다.

≫ 김동균
현)마산미술협회, 마산청년작가회, 그룹 수레바퀴 회원. 1회 개인전(마산/대우갤러리/2005), 신나는 미술관전(창원/경남도립미술관/2006), 상상력발전소전(울산/현대예술관/2006), 아트 서울전(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007), 제1회 디지로그의 오감찾기(서울/서울역 구역사/2007), 경남작가초대전(마산/3.15아트센터/2008)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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