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져 있다. 뜻하지 않게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은 고교생으로서 분노와 슬픔을 감출 수 없어 상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외동 사거리에서 촛불 기도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 일주일 동안 기도회에 참여한 뒤 진도에서 자원봉사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아버지의 권유로 세월호 사고 현장인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지난 25일 오후 11시 30분 팽목항에 도착했다. 현장에는 구급차들과 방송·취재차량들이 몰려 있었다. 경찰과 자원봉사자들도 많았다. '사고 현장이 어딜까'라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슴이 메어지며 눈물이 흘렀다. 선착장 입구에서 사고현장을 바라보며 실종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 없이 눈물을 흘리며 쉰 목소리로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자원봉사자는 "지금 7시간 째 울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진도체육관에 가려 했지만 셔틀버스가 움직이는 시간이 오전 5시~오후 7시라서 아침 일찍 가기로 하고 차에서 새우잠을 잤다. 새벽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눈을 떴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준 아침을 먹었다. 그들은 "먼 김해에서 와 줘서 고맙다. 많이 먹으라"며 국을 떠줬다.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원봉사가 뭐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팽목항 주변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며 자원봉사자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더니 건조대와 타월이라고 했다. 지금 전깃줄과 노끈 등을 이용해서 옷, 수건 등을 말리고 있다고 한다. 진도체육관에 있는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 가족 등에게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 팽목항에는 슬픔만 가득
고통의 현장 직접 보니 비통한 심정
일부 기자들 추태에 피해가족 항의도
 
셔틀버스를 타고 30여 분 달려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 체육관 입구에는 추모의 글과 희망의 메시지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는 대형 TV 스크린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스크린을 주시하며 애타는 심정으로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빌고 있었다. 뉴스와 신문으로만 보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비통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스크린을 보며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처절한 외침, 연신 눈물만 흘리는 아버지…. 한 학부모는 해양경찰 책임자에게 "내 앞에서 대한민국 이야기를 하지마라"며 소리를 질렀다. 취재하는 도중에도 눈물이 흘렀다. 어떤 말로도 이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취재기자들의 모습도 더러 보았다. 선착장에서 다리를 꼰 채 웃으며 핸드폰을 만지는 기자들도 보았다. 이 모습을 본 실종자 가족들이 항의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피해자 가족들에게 취재 요청을 하다 질타를 받는 기자들도 보았다. 고등학생들의 눈에도 우리나라의 언론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도체육관 입구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시신이 발견될 시 부모의 DNA와 학생의 DNA를 비교해 일치가 된 경우만 인도하겠습니다.' 물론 필요한 글이겠지만 자식이 살아올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부모들에게는 큰 상처를 주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시험을 앞두고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공부가 학생의 본분인 것은 맞지만, 이번 현장 방문은 정말 소중하고 뜻 깊었던 경험이었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 여러분. 희망의 끈을 놓지마세요.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김해뉴스/
진도=강상모·강상귀(김해경원고)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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