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자원봉사자의 도시'다. 53만 시민 가운데 무려 10만 명 이상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어내는 것처럼 이들은 서로 조금씩 힘을 모아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손을 잡을 때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사람들이다. 김해 지역 곳곳에서 나눔의 손길을 펼치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김해시자원봉사회(회장 천옥연·57)는 19개 읍·면·동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의 대표적인 자원봉사 단체다. 이 단체는 19년 전인 1995년 1월에 만들어졌다. 회원은 총 400~500명으로 모두 여성들이다.
 
김해시자원봉사회가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쳤던 건 2002년 중국민항기 추락사고와 한림면 수해 때였다. 중국민항기가 추락했을 때는 1천 명이 넘는 김해시자원봉사회 회원들이 한 달간 사고 수습 등을 도왔다.
 
같은 해 8월 태풍으로 한림면이 수해를 입었을 때는 20일 동안 8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수해 복구를 지원했다.

▲ 김해시자원봉사회 회원들이 홀몸어르신들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들고 있다.
1995년 창설해 여성 회원만 500명
재난·재해 및 축제·행사 등 지원
예산 모자라 자체경비 마련해 운영
"시민들이 서로 돕는 사회 만들고파"
 
김해시자원봉사회는 이밖에도 김해에서 일어나는 재난·재해 뿐 아니라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손을 보태고 있다.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조리·배식 등의 활동을 할 뿐 아니라, 각 읍·면·동 자원봉사회 별로 노인·장애인·한부모가정 등의 집을 청소하거나 반찬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자원봉사회의 천옥연 회장은 자원봉사 생활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생림면 자원봉사회 회장을 역임하다가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한림면 수해 복구 자원봉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태풍으로 한 할머니 댁에 물이 차올랐어요. 거의 어른 목까지 올라왔죠. 할머니는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상태에서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할머니를 힘겹게 구출했답니다. 하지만 구출 후가 더 문제였어요. 며칠 동안 집안 물건을 정리하고 닦으면서 수인성 피부병에 걸렸어요. 많이 힘들었지만 할머니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말을 들으니 피로가 싹 사라지더라구요."
 
자원봉사자는 봉사로 바쁠 때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줄어들기도 한다. 따라서 자원봉사는 가족의 이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한 회원의 자녀는 '엄마를 자원봉사에 뺏겼다'며 푸념을 했다고 한다. 김해시자원봉사회 회원들은 '자원봉사 한다고 집안 일은 뒷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집안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한다.
 
천 회장은 김해시자원봉사회의 운영에 한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운영비다. 자금이 충분하다면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는 것이다. "특별한 예산 지원이 없기 때문에 회원들의 돈을 한 푼 두 푼 모아 어려운 이를 돕습니다. 운영비가 없을 때면 김해자원봉사나눔축제에서 스낵코너를 운영해 운영비를 마련하죠.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해요. 후원과 지원이 더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텐데…."
 
세월호 침몰사고로 연기됐지만, 김해시자원봉사회는 올 가을에 열릴 예정인 제53회 경남도민체전에 회원 200명을 자원봉사자로 참여시킨다. 회원들은 질서 유지 요원, 경기 도우미 등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천 회장은 "우리의 손길 하나가 어려운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김해시자원봉사회 회원 뿐 아니라 김해시민 모두 서로 도우며 더불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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