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프로그램 참여 호양티뀐 씨

김해내동초등학교 문해반 교실 학생들은 백발의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교실 맨 앞줄에 앳된 얼굴의 한 아가씨가 앉아 열심히 교과서의 한글을 따라 적고 있었다. 문해반 학생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호양티뀐(25) 씨다.
 

▲ 김내심, 호양티뀐, 오내용 씨.(왼쪽부터)
호양티뀐 씨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이다. 그는 베트남에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중학교를 마친 뒤 집에서 가사일을 하며 부모를 돕다 2011년 낯선 한국으로 왔다. 지금은 21개월 된 아이까지 있는 어엿한 엄마다.
 
한국에서 3년이나 살았지만 호양티뀐 씨에게 한국어는 아직 어려운 언어다. 그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문해반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가 수업을 받을 때는 통역사가 항상 옆에 붙어 있다. 그는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시어머니의 권유로 시부모님과 함께 입학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참 좋다"며 웃었다.
 
호양티뀐 씨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걱정스럽게 자꾸 쳐다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시부모인 오내용(74), 김내심(70) 씨였다. 시어머니 김 씨는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없었던 며느리를 설득해 지난 2월 함께 문해반 수업 수강을 신청했다. 이틀 뒤에는 시아버지 오 씨도 등록했다.
 
김 씨는 전남 고흥, 오 씨는 전남 완도가 고향이다. 두 사람은 50년 전 김해로 이사 왔다. 둘 다 먹고 살기에 바빠 학교를 제대로 다녀본 기억이 없다. 김 씨는 "어릴 때 부모는 '여자는 공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농사일, 집안일만 했다. 성인이 된 뒤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자식들을 키우느라 여유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내동초등 인근을 지나다가 문해반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냉큼 며느리와 함께 등록했다. 지금껏 학교라고는 다녀본 적이 없었다. 남편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했다. 가족이 함께 공부하니 얼마나 좋은가"라며 웃었다. 그는 "공부를 못한 게 한이 됐다. 책상에 앉아 교과서를 읽으며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본다.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학교가 이런 곳이구나 하고 느낀다. 기회와 시간이 된다면 앞으로 며느리와 함께 뭐든 다 배우고 싶다. 이왕 공부하는 거 끝을 봐야지"라며 웃었다.
 
오 씨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배를 탔다. 고기잡이 어선, 화물선 등을 타며 청소년 시절을 늘 배와 함께 했다. 스무살 때 부산에 정착한 뒤 돈을 벌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했다. 그러다보니 공부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한글공부를 시작한 오 씨도 가족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이가 많다보니 공부를 해도 자꾸 잊어버린다. 하지만 언제 또 이런 공부를 해보겠나"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