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초등학교 학력인정 프로그램 운영
교육 단계별 학습 통해 정규수업 체험
늦깎이 학생들 "너무 행복합니다" 격찬


지난 22일 김해내동초등학교. 쉬는 시간에 어린이들이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즐겁게 깔깔대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수업 재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교실의 문을 열었더니, 어린이들 대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이 앉아 있었다. 김해내동초등에서 운영하는 '학력인증 성인학습자 초등과정 문자해독 교육 프로그램'의 문해반 학생들이었다.
 

▲ 김해내동초등학교 학력인증 성인학습자 초등과정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차렷! 경례!"
 
빨간 바지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반장 강경분(85)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 구호를 외쳤다.
 
"행복하세요."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인사말과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은 이 학교의 김명환 교장이 맡고 있다. 그가 교과서에 적힌 문제를 읽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또박또박 따라 읽었다. 글자와 낱말의 뜻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학생들이 괴로워하자, 김 교장은 설명에 앞서 질문을 던졌다.
 
"가요는 무슨 의미인가요?"
 
김 교장이 학생들에게 '가요'의 뜻을 묻자, 반장 강 씨가 손을 들고 학생들 앞에 나와 발표를 했다. 김 교장은 "나온 김에 가요 한 곡 부르고 가라"고 요청했다. 부끄러운 듯 잠시 망설이던 강 씨는 유행가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앉아 있던 학생들도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쳤다. 조용하던 교실은 금세 흥겨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학력인증 문자해독 프로그램은 학습기회를 놓친 18세 이상 성인들에게 공부 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부가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초등 1단계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1~2단계(초등학교 1~4학년 과정), 2016년에는 1~3단계(초등학교 1~6학년 과정)를 실시한다. 전 과정을 모두 이수한 학생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된다. 교육은 단계별 1년 과정으로 주 2~3회에 걸쳐 4~6시간씩 모두 160~240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교육 내용은 국어·수학 교과 영역, 재량 활동, 특별 활동 등이다.
 
경남에서는 김해내동초등을 포함해 창원시 삼계초등학교, 합천군 대양초등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김해도서관이 2012년에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지난달 5일부터는 지난해 입학생 60명을 대상으로 2단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강 씨는 "일제 강점기를 겪고 나서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해에 내외동주민센터에서 8개월 정도 한글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꼈다. 꿈에 그리던 학교생활을 하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배워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오진학(81·대동면) 씨는 "친구 소개로 입학했다. 어릴 때 어머니에게서 한글을 읽는 건 배웠지만 적는 방법은 모르고 살았다.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수업에 참가하기 위해 8시에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온다"고 말했다.
 
김해내동초등학교의 경우 40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김 교장이 직접 교육부에 신청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지난달 초 학생 20명을 모아 수업을 시작했다. 김 교장은 학교를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학생들이 학교 정규수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멜로디언 수업, 현장학습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내년 2월에도 신입생을 모집한다.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든 등록할 수 있다. 교과서, 준비물뿐만 아니라 수업도 모두 무료다. 배우고 싶은 사람은 아무나 와도 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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