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의 글씨에서 이방자 여사의 화조도까지, 명사들의 글과 그림을 선보입니다."
 
진례면 시례리 상촌마을의 소림기념관이 오는 10일부터 23일까지 2014 상반기 특별전을 연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번 특별전의 주제는 '명사 서예'전과 '화조도'전이다.

▲ 역대 대통령들과 명사들의 서예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소림미술관 내 고서화미술관.
윤보선 등 역대 대통령 휘호 친필 전시
서정주·김기창·김은호 등 작품도 선봬
이방자 여사 직접 그린 '화조도' 눈길
 
'명사 서예'전과 '화조도-새야 새야'전은 소림미술관 내 고서화미술관과 평보서실에서 열린다. 윤보선,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등 전 대통령들의 휘호 친필이 먼저 눈에 뜨인다.
 
윤보선(1897~1990) 전 대통령은 '無量慶福(무량경복)'을 썼다. 무량경복은 '경사스러운 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의미이다. 박정희(1917~1979) 전 대통령은 '밝은 지혜로 나라를 밝힌다'는 의미의 '明知報國(명지보국)'이라는 휘호를 남겼다. 김영삼(1927~ ) 전 대통령의 글씨는 잘 알려진 좌우명 '大道無門(대도무문)'이다. '옳은 길을 가는 데는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김대중(1926~2009) 전 대통령은 '백성을 하늘같이 섬긴다'의 뜻의 '事民如天(사민여천)'을 남겼다.
 
신익희(1894~1956. 정치인), 유진오(1906~1987. 소설가, 전 고려대총장, 신민당 총재), 윤길중(1916~2001. 정치인·변호사)에 이어 이효상, 최형우 등 근현대 정치인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서예 작품은 일반 서예 작품과 달리 작품성보다는 그들의 정치철학이나 당대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다.
 
명사들이 남긴 작품들도 흥미롭다.

민복기(1913~2007) 전 대법원장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한글서예작품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말했다. 아동문학가 윤극영(1903~1988)의 친필을 볼 수 있는 시화작품 '반달'도 있다. 윤극영이 친필로 동요 '반달'의 노랫말을 썼다. 노랫말을 장식하고 있는 무궁화 그림은 청원 이영자가 그렸다. 작품 한 쪽에 '계해년 오월'이라고 적혀진 걸로 보아 1983년 5월께에 쓴 것으로 짐작된다.
 
미당 서정주가 그의 시 '국화 옆에서'를 친필로 쓴 작품도 있다. 요즘은 이 시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고 쓰지만, 미당의 친필작품에는 '솟작새'라고 적혀있다. 한글 궁체의 대가인 여성서예가 이철경(1914~1989)의 작품은 단아하고 품위가 있다. 그는 광복 후에 우리나라 최초의 글씨본인 '초·중등 글씨본' 6권을 집필한 인물이다.
 
바둑 명인인 조치훈, 조훈현, 김인의 서예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명사들의 서예작품들이 담고 있는 주제가 좀 묵직했다면 '화조도-새야 새야'전은 조금은 밝고 가벼워진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다. 남농 허건(1907∼1987, 호남화단 남종산수화의 맥을 이은 인물), 시경 박익준(1911~1993. 남농 허건에게 사사한 동양화가), 운보 김기창(1913~2001. 청각장애를 딛고 산수, 인물, 화조, 추상 등 한국화의 모든 영역에서 탁월한 작품을 남긴 화가), 윤재 이규옥(1916~1999), 내고 박생광(1904~1985), 이당 김은호(1892∼1979), 고암 이응노(1904~1989), 청천 이상범(1897∼1972) 등의 그림들은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는 듯 생생하다.
 
그 화조도들 사이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1901~1989) 여사의 작품이 있다. 그는 일본 국왕 메이지의 조카인 나시모토노미야 모리마사 왕의 딸로서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 이은과 결혼했다. 그의 화조도는 감나무 가지 끝에 앉은 까치를 그린 그림이다.
 
한편, 근대 중국의 군벌이자 정치인이었던 장학량(1898~2001)의 호방한 대련작품도 이 전시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소림미술관 안재선 관장은 "해마다 주제를 바꿔 두 번 특별전을 열 생각이다. 올 상반기에는 '명사서예'와 '화조도'를 주제로 한 전시를 선보인다"며 "하반기에는 고승유묵과 풍속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관장은 "서울의 수집고에 약 6천 여 점의 작품들이 있는데 매년 특별전을 통해 천천히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관장은 또 "<김해뉴스>에서 소림미술관을 소개한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 전시회 때 김해 시민은 물론, 밀양 창원 등지에서도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왔다"며 "특히 김해 시민들로부터 '김해에 이런 미술관이 있다니 놀랍고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었다. '미술관은 작아도 볼 게 많아 알차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소림기념관/진례면 시례리 329. 상촌마을 염수당 아래.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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